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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9. 2017

04. 성은 결코 야하지 않다.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

개인적으로 내 조상들은 물에서, 나무에서, 아프리카 초원에서, 습기 찬 유럽의 오두막에서, 네덜란드에서, 어느 별장 침대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었다. 적어도 나는 거기서 생겨났다고 얘기를 들었다.


우리의 후손 번식 이야기는 주로 섹스 이야기뿐이다. 정자의 이동에서부터 짧은 시간의 욕망, 단순한 욕정까지. 하지만 사랑은 언제 정확히 섹스 쪽으로 건너갔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낭만적인 사랑은 두 개체가 섹스에 국한되지 않고 더 나아가 서로 내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고 그 느낌이 아주 강할 경우 이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것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고 대부분의 학자들도 그 문제는 터치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한 여성만이 여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스라엘 진화심리학자인 아다 램퍼트(Ada Lampert)에 의하면, 약 1억 5,000만 년 전 이 지구상에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이 생겨났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인 것 같지만 지구상에 생명이 존재한지가 40억 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생명체의 혈관에 처음으로 따뜻한 피가 흐르기 시작했을 때 사랑의 감정이 생겨났다고 램퍼트는 추정한다.

“사랑은 따뜻한 피를 필요로 한다”라고 그녀는 15년 전에 출간한 책인 《사랑의 진화(The Evolution of Love)》에서 말하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따뜻한 피는 1억 5,000만년보다 훨씬 전에 있었다.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은 디노사우르스도 따뜻한 피를 가졌다는 것에 동의한다. 램퍼트의 말이 사실이라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도 다른 생명체에게 원시적인 형태의 사랑을 느낀 것이 된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


어쨌든 램퍼트에 따르면 온혈은 사랑의 진화 단계 중 첫 단계가 된다. 

정온 동물에 있어서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본질적이다. 새끼를 곁에 끼고 추위와 맹수로부터 보호하고 먹이를 가져다준다. 헌신적으로 끊임없이 새끼의 건강을 염려하는 온혈동물의 어미가 사랑의 시작이라고 램퍼트는 말한다.



계속되는 진화 과정에 있어서 두 성인 사이의 사랑으로 진화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주체는 여자들과 엄마들이었다. 아주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미국 러트거즈대(Rutgers)의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30년 넘게 사랑을 연구하고 있다. 낭만적인 사랑으로 진화적 도약을 한 시점은 우리 선조들이 동아프리카의 숲을 떠난 순간이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동아프리카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한 그 시점은 약 6~700만 년 전이다. 기후는 점점 건조해졌고 숲 지대에 처음으로 넓은 평지와 사바나(savanna, 열대 지방의 초원)가 생겨났다.

유인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직립 보행을 하게 되었다. 몇몇 학자들은 그들이 사바나의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직립을 하게 되었다고 하고, 다른 학자들은 손을 자유롭게 해서 식량과 무기를 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져서 위험을 빨리 인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직립보행을 하게 된 데는 아마도 위의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간에 직립 보행은 커다란 효과를 가져왔다. 네 발로 움직이던 숲에 살던 이전 주민들은 아마도 지금의 침팬지나 보노보처럼 살았을 것이다. 사회적 관계도 있고, 친구와 적들도 있고, 이타적인 면도 보여서 다른 동료와 뭉치거나 동감하는 능력도 지녔을 것이다. 하지만 침팬지와 보노보처럼 사랑에서는 정조를 지킬 줄 몰랐다. 며칠간 연인을 만나러 무리를 떠난 적은 있어도 한 파트너와 오래 교제하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런 결합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숲에 살던 당시 여성은 혼자서 자식을 잘 돌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식량을 수집할때는 새끼를 등에 업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350만년 전의 두 발로 걸어 다니게 된 사바나 거주민들은 새끼를 팔로 안아야 했기 때문에 직립 여성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고 피셔는 말한다.

“어떻게 젊은 엄마가 한 팔로 버둥거리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뿌리를 캐내고, 작은 짐승들을 사냥할 수 있었을까요? 내 생각으로는 직립 초기의 여자들에게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식량을 구해오는 파트너가 필요했을 겁니다. 적어도 아기를 안아서 키울 동안만이라도”라고 피셔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Why We Love)》라는 그녀의 책에서 서술하고 있다.

작은 직립 유인원인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화석을 보면 그들이 이미 커플관계를 유지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 남녀의 해골을 비교한 결과, 남녀의 신체 크기 차이가 현대 남녀와 거의 같았다. 그것은 곧 그들의 성 도덕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양성 간의 신체 크기가 매우 크게 차이가 나는 동물류는 파트너와 장기간 교제를 가지지 않는다. 양성 간이 서로 많이 닮은 경우는–신체 크기, 색채, 장식술 등–서로 애착 관계가 깊고 한 파트너만을 가지는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남자들은–현대 남자들처럼–여자들보다 조금 크지만 그 차이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조상은 350만 년 전에 우리처럼 파트너와 짝을 이루고 오랫동안 같이 살기도 했다고 추정한다.

요즘 엄마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아기 이유식이 떨어졌는데 가게는 문을 닫았다든지, 아이를 맡길 데가 없다든지, 돈이 없다든지 할 때 싱글맘의 경우는 남들보다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다.

그럴 때 사랑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혼자서 부모 노릇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자녀의 생존율이 자꾸 떨어질 때 우리의 조상들은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삶의 불공정함을 같이 나누어 가지고 같이 부모 노릇이라는 모험에 뛰어들 누군가를 찾는 것이다. 이때 남자와 여자를 연결해준 감정을 사랑이라고 한다.

여자들의 삶이 힘겨워질수록 사랑의 기회는 점점 더 커졌다. 깊은 불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 생겨났다. 역설적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직립 보행을 하는 우리의 조상들은 생존 경쟁이라는 먹구름 사이로 금으로 된 동아줄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낭만은 계속 발전을 거듭했다. 연대감은 깊은 감정으로 발전하고, 눈동자는 사랑으로 가득 차고, 심장은 공중제비를 도는 것처럼 뛰고, 같이 미래를 꿈꾸어 다시는 떨어지고 싶지 않은 감정으로 점점 발전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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