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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30. 2017

07. 기존의 것에도 새로운 가치가 있다.

<크리에이티브 R>

리모델링 하는 리사이클링새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고 하면, 보통 기존의 것을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이런 이노베이션의 출발점은 기업이나 담당자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영역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노베이션이란 새로운 유형의 제품과 무형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시장에 내놓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더 큰 목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미 존재하는 제품과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고객이 만족할 만한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전달한다면 훌륭한 이노베이션이 될 수 있다. 마치 도시 재개발에는 기존 가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를 완전히 새로 짓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 가옥을 리모델링하는 방법도 있는 것과 같다.



이렇듯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노베이션은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이고 다른 하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리사이클링 이노베이션의 핵심 질문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근본 가치를 어떻게 하면 잘 유지·발전시킬 수 있을까?’이다. 중고 제품을 잘 수리하고 새로운 기능을 보완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과 같다. 중고 자동차 튜닝쇼인 ‘벙커(Bunker)’에서 하듯이 쓸 만한 중고차를 사다가 기존 기능을 수리하고 여기에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거나 외장을 드레스업해서 떨어졌던 가치를 한껏 올리는 것이 바로 리사이클링의 사례다.

또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의 경우처럼 기존 전통 가옥의 문제점(화장실, 주방, 냉난방)을 리모델링 함으로써 기존 가옥의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생활의 편리함을 더하는 것도 같은 사례다. 리사이클링은 제품의 수명주기를 늘려주어 기업에는 지속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하게 하고 고객에게는 필요한 가치를 좀 더 익숙하고 나은 방법으로 제공하는 이노베이션이다.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또 다른 이노베이션 형태인 업사이클링은 원래의 제품과 서비스가 전달하는 사용자 가치를 분해하고 새롭게 조합하는 데서 시작된다. 스위스의 가방 제조업체인 프라이탁(Freitag)은 타폴린(방수 천), 자동차 안전벨트, 폐자전거의 고무 튜브 등 재활용 소재로 가방을 만들어 판매한다. 재활용품을 소재로 하다보니 재활용품에 찍힌 광고나 오염된 부분까지 그대로 제품 디자인에 표현된다. 재활용품을 소재로 하는 제품이지만 모두 상당히 비싼 가격(20만 원~70만 원)에 거래되고, 또한 트렌디한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이들은 사용가치가 떨어진 폐품을 단순히 재활용한 것이 아니다. 예를들어 재활용 소재가 화물 트럭 포장재라면, 그 포장재의 원래 가치는 화물트럭의 외부를 치장하거나, 광고판이 된다거나, 또는 트럭에 실은 화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었다. 프라이탁은 그런 원래의 가치를 분해하고 새롭게 해석해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함(트럭 한 대에서 나오는 포장재는 양이 정해져 있으므로)과,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자부심의 가치로 바꾸어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전달되는 사용자 가치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가 전달하던 사용자 가치와는 전혀 다르게 새로 재정의된다. 고객은 원래의 포장재가 지닌 가치가 아닌 새롭게 재정의된 가치를 구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 리사이클링의 경우 원래의 제품과 서비스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업사이클링은 사용자 인식에 신제품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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