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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30. 2017

09. 세계가 놀란 삼성의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삼성 인재경영의 모든 것>

『삼성의 결정은 왜 세계에서 제일 빠른가』, 이 책은 1994년부터 10년간 이건희 회장의 요청으로 삼성전자 상무로 활동했던 요시카와 료조가 쓴 책으로 삼성전자의 성공비결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성공 토대를 만드는 데 공헌한 저자는 삼성전자가 선발업체들을 물리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배경과 성공요인에 대해 삼성 관련 어느 책보다도 깊이 있는 연구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일본 기업들을 추월한 비결을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서 찾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고 말한다. 삼성이 이런 디지털 시대의 선두주자가 된 원인은 ‘빠른 의사결정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누구보다 빨리 먼저 결정을 내린 후 수평 분업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 삼성의 성공비결이라며 그러지 못한 일본 기업들과 비교하여 심도 깊게 분석한다.

세계경제포럼(WEF)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현대를 일컬어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라 정의했다. 현대 비즈니스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품질 좋고 값싼 제품과 서비스를 누가 더 ‘빨리’시장에 내놓느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토너먼트 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결정하는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살펴보거나 상대보다 우세한지 열세한지 등을 따지고 있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달리는 것’이다. 2등은 쓸모없다. 돌다리가 아닌 썩어가는 나무다리라도 건넌다. 이런 다리를 맨 처음으로 건너고 뒤돌아보았을 때에도 아직 다리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 다리를 쳐서 무너뜨리고 아무도 쫓아오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스피드에 대한 사고방식 없이는 글로벌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국제경제 전문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도 2012년 삼성전자의 성공은 수요에 대한 반응, 즉 속도와 민첩성에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Freepik.com 

삼성전자의 전 부회장이었던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이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지털 시대엔 경쟁력의 요소가 달라집니다. 디지털 시대엔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이라 해서 모든 회로가 반도체칩 안에 들어갑니다. 조립 공정이 간단해지고 불량률이 낮아집니다. 디지털 시대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저와 삼성전자 경영진은 디지털 시대에는 창의력, 즉 두뇌와 스피드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외부에서 삼성전자의 성공은 중요한 순간에 빠르고 결과적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한 것이 큰 요인이라고들 합니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가 발생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사장단이 수시로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토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마다 미리 결론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또 전자업계의 시장 변화가 워낙 빠른 점을 감안해 어떤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다가 잘 안되거나 상황이 바뀌면 곧바로 중단하고 다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잘했습니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일본 경제 입문>에서 다룬 ‘삼성과 토요타의 돈 버는 방법 차이’라는 글도 흥미롭다. 특정 사업에 집중 투자해 승부를 거는 삼성전자의 강점은 ‘스피드’로 요약됐다. 경영자원을 될 만한 사업에 투입, 시장에서 빠르게 전개하는 전략은 일본 회사들이 따라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삼성이 상품 투입에서 앞서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액정 등은 모두 일본 브랜드들이 먼저 시작한 분야다. 결국 삼성은 일본 회사들이 제품을 내놓고 움직인 뒤 시장에 참여해 스피드로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 브랜드와 달리 삼성전자는 정확한 시장조사와 주도면밀한 준비, 결단력으로 수익을 거두는 ‘시장 중시형’이라는 분석이다. 이 잡지는 이어 토요타는 사업 착수의 주도면밀함, 고객 중시, 자체 교육 기관을 통한 인재 육성에서 삼성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토요타는 집중 투자로 즉시 결과를 추구하는 삼성과 달리 이익을 내기 위한 ‘구조(기반) 만들기’를 중시하는 게 다르다는 것이 결론이다.

삼성의 ‘헬기 경영’도 스피드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시간이 급할 때는 전용 헬기가 동원되기도 한다. 삼성테크윈이 운용하는 이탈리아 아구스타사의 AW139 기종인 이 헬기는 미래전략실 실장은 물론 각 사 사장(CEO)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이용하는데, 서울 도심에서 부산까지도 헬기로 이동할 경우에는 1시간 이내로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스피드 경영’ 차원에서 지방 사업장 방문 시에도 헬기를 많이 이용한다.

20년 전 이건희 회장은 각 사로 업의 개념을 명확히 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반도체의 업의 개념은 ‘스피드’라고 했는데 이러한 통찰력이 오늘날의 반도체 성공 신화를 이루는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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