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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31. 2017

08. 무엇을 없애는 것도 디자인이다.

<크리에이티브 R>

흔히 무언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세상에 없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과정을 없애는 것도 역시 디자인하는 것이다.


얼마 전 세계적인 유통 회사 아마존(Amazon)에서는 인공지능과 머신 딥러닝을 이용한 전혀 새로운 오프라인 쇼핑 방식을 제안했다. 이름하여 ‘아마존고(Amazon Go)’이다.

소비자는 상점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들어가서 사고 싶은 물건을 마치 자기 집 창고에서 물건 꺼내듯 가방에 담는다.


“계산도 안 하고 가방에 담는다고요?”

깜짝 놀라서 이렇게 반문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으로 쇼핑은 끝이다. 상점 안에 있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가 고객의 모든 행동을 읽어서 가방에 담는 것을 구매한 것으로 판단하고 결제는 고객의 신용카드나 계좌에서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마트 쇼핑 경험을 떠올려보라.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마트 입구에서 카트를 꺼낸 다음 마트 안에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카트에 담고, 그런 다음에는 줄이 길지 않은 계산대를 찾느라 신경전을 벌이고, 카트에 담은 물건을 다시 꺼내어 계산대에 올린다. 그럼 계산원이 일일이 물건의 바코드를 스캔하여 계산하고, 다시 물건을 카트로 옮기고, 비닐봉투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다시 박스 포장대에서 포장을 하거나 장바구니에 담고…. 여기까지만도 7개 단계를 거친다.

물론 각각의 단계를 좀 더 간편하게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좋은 디자인의 방향이다. 상용화가 많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카트에 물건을 담는 것만으로 계산이 되는 스마트 카트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수 년 전 홈플러스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사고 싶은 제품의 사진만 찍는 방식으로 매장에 가지 않아도 주문이 가능한 서비스를 잠시 제공한 적이 있다).

아마존고가 관심을 가진 디자인 이노베이션 방향은 오히려 ‘고객의 쇼핑 행태에서 어떤 과정을 없앨 것인가?’였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단계를 추가, 또는 변경하여 고객을 계몽한 것이 아니라, 그냥 불필요하고 심리적 긴장이 존재하는 단계를 과감히 삭제한 것이다(들어간다, 담는다. 이렇게 2단계뿐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쇼핑을 하겠는가?

지금부터 고객에게 무언가를 더 해줄까만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없애줄까도 디자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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