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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1. 2017

08. 하루에 쓸 돈을 정해놓고 쓰자.

<적게 벌어도 잘사는 노후 50년>

어렸을 적 나는 돈 씀씀이가 헤펐다. 돈이 있으면 무조건 쓰고 봤다. 가족들 중에서 나만 그랬다. 부모님이나 형은 돈을 잘 관리하고 허투루 쓰지 않았는데 나만 물 먹는 하마처럼 돈이 있으면 펑펑 써댔다. 아버지는 이런 내가 무척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내 나이 27세 때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손을 꼭 붙잡고 당부하셨다.


“희철아, 하나만 부탁하자. 돈 관리 좀 잘해라.”

아버지의 유언을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그런 말을 하셨을까 싶어 나름 돈을 잘 관리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쓰던 버릇은 찰거머리처럼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다. 심지어는 없으면 쓰지 않겠지 하는 마음에 아예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도 했다. 효과가 없었다. 애를 쓰면 쓸수록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었다.

자산관리를 잘하고 싶어 하는 분들 중에 가계부를 쓰는 분들이 많다. 매일 일기를 쓰듯이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를 꼼꼼하게 기록한다. 그런 다음 혹시 불필요하게 낭비한 것이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를 보는데 그렇게 해서는 변동지출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내가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하루에 쓸 돈의 액수를 미리 정해놓고 그 한도 내에서만 돈을 쓰는 것’이다. 이 방법은 ‘페이고Pay-go 원칙’에서 출발한다. 페이고 원칙은 ‘Pay as you go(지출을 수입 안에 억제한다)’를 줄인 말로 쉽게 이야기하면 먼저 돈을 마련해놓고 지출을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일을 할 때 페이고 원칙을 지키면서 한다. 개인도 그렇지만 정부가 돈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정말 큰일이다. 정부 재정에 멍이 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나라 살림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1년에 쓸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다.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돈을  것인지까지 다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면 추가로 돈이 더 필요하다. 이때 나라 살림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정해진 한도 내에서 다른 곳에 쓸 돈을 줄여 돈을 마련하는 것이 페이고 원칙이다.

페이고 원칙을 지키면 절대 마이너스가 날 일이 없다. 돈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하루 단위로 페이고 원칙을 적용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즉 하루에 쓸 돈을 미리 정해놓고 쓰는 연습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고정지출과 자산형성지출이 얼마인지 파악한다. 그런 다음 수입에서 고정지출과 자산형성지출로 나가는 돈을 뺀다. 예를 들어 월수입이 200만 원인데, 고정지출이 100만 원, 자산형성지출이 50만 원이면 ‘200만 원-150만 원=50만 원’이 변동지출의 한도가 된다. 다만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변동지출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50만 원이라는 한 달 한도액을 하루단위로 나누어 하루 지출 한도액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페이고 가계부의 지출 통제 방식이다.

500,000원(월 한도액)÷30일≒16,666원(하루 한도액)

어떤 습관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한 달이다. 하지만 별로 좋아하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일을 한 달 동안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다. 하루는 다르다. 살을 빼기 위해 한 달 내내 하루 한 끼를 먹는 것은 어렵지만 누구나 하루 정도는 참을 수 있다. 한 달을 목표로 삼지 말고 오늘 하루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하면 부담도 적고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면서 돈을 관리하는 능력은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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