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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1. 2017

02. 시간을 정해 먹이는 수유법의 처참한 결과?

<마마 콤플렉스>

첫 3개월 동안은 젖을 먹이느라 3시간 넘게 자본 적이 없었다. 그 뒤로도 두어 달 동안은 4시간 자면 잘 잔 것이었다. 초보 엄마들이면 누구나 겪는 고통인 수면 부족 때문에 꿈은 희뿌옇게 바랬고, 칼이 공중에 날아다니는 헛것이 보이거나 인형 머리가 길 위에 굴러다니거나 아기를 떨어뜨리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그나마 걷고 있을 때는 환영에 시달리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은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이 지적한 대로 시간을 정해두고 젖을 먹이는 수유법의 결과는 처참했다. 수유가 단순히 기계화된 절차처럼 여겨지면서 아기들이 배고픔을 표현하는 데 지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기가 배고픔을 느끼기도 전에 시간에 맞춰 젖을 먹이면, 아기에게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 느끼는 신호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 사이의 관계를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베데스다는 거의 울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우는 경우는 내가 뭔가 안 좋은 것을 먹었을 때로, 미성숙한 소화기관이 그것에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가령 마늘이 들어간 소시지나 크림 우유, 고추, 그리고 특히 초콜릿을 먹었을 때 그랬다. 초콜릿에 들어 있는 카페인 때문에 몇 시간이나 잠을 못 이루는 베데스다를 보면서 의사들이 유아 배앓이라고 부르는 병은 아기들이 왜 우는지 모를 때 하는 말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그래서 유제품이나 초콜릿, 향신료 대신 유기농 닭, 고기, 생선, 달걀 같은 단백질 음식과 현미, 파스타, 채소, 과일을 많이 먹었다. 다행히 딸은 쑥쑥 잘 컸고, 날 때부터 또래들보다 계속 큰 편이어서 잠도 못 자고 일일이 음식을 가려먹어야 했던 고생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인류학자 애슐리 몬터규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젖을 빠는 젖먹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수유는 출산 직후에 특히 엄마와 아기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며, 그것으로부터 둘 사이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행위로 점차 성장하고 발전해갑니다. 모유 수유로 만들어진 관계는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며, 엄마 품에서 느끼는 온기가 아기의 인생에서는 첫 번째 사교의 경험입니다.”

나에게는 딸의 몸이 우선이었고 내 몸은 그 나비를 탄생시킨 번데기였다. 물론 요가로 가꿔온 예전 몸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젖을 먹일 때 아기에게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려면 엄마가 통통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내가 베데스다를 위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평화다. 베데스다에게 평화가 있기를, 세상에 평화가 있기를!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세상을 친절한 곳이라고 느끼는가?’라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 대답안에 우리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젖을 끊은 뒤에도 늘 베데스다를 곁에 두고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딸은 여태까지 내가 보아온 어떤 아이보다 명랑하고 차분했다. 나는 내가 그래 본 적이 없어서 내 아이만큼은 편안함을 제대로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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