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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2. 2017

09. 필요하다면 훔쳐라.

<크리에이티브 R>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어떻게 하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를까요?”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 될 수 있을까요?”
“무엇을 하면 창의적이 될 수 있나요?”

사진: Freepik.com 


흔히 ‘창의적이다’라는 표현은 독창적이고 기존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과연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이 과연 존재할까 싶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 가능할까? 세상의 모든 창작은 기존의 발명과 지식에 기반해서 생겨나는 것이 대부분이고, 다른 사람이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콘셉트가 실제로 구현되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많다. 다시 말해서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고 기존의 것을 벤치마킹하는 데서 창작이 시작되므로 창의적이 된다는 것도 결국 ‘베끼기’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베끼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창의적으로 승화될 수 있다면

놀랍게도 이들은 베끼기가 창의의 출발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눈치챘겠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베끼기는 단순히 잘 베끼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재해석하고 재배열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우리는 창의적이 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조상이나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을 따라 하고 베끼는 것과 같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유명 화가가 그린 작품을 많이 감상하고 따라 그린다. 작가나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작가의 작품을 베끼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그제서야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능력이 생겨나고, 나아가 그보다 나은 작품도 만들 수 있다.

이노베이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베끼는 대상이 굳이 성공한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되고, 성공한 회사의 사례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이다. 고객의 불완전한 아이디어를 베끼고, 성공한 회사의 제품을 모방해 보자. 거기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써봐야 하고, 많은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들어야 한다(회사의 어떤 사람들은 다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오히려 다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해 보는 것은 투자에 가깝다).

아울러 이렇게 얻는 아이디어를 늘 기억하라. 만일 기억력에 자신 없다면 노트를 들고 다녀라. 베끼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창의적으로 승화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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