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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5. 2017

10. 이노베이션 환경의 기본 요소 (마지막 회)

<크리에이티브 R>

내가 생각하는 이노베이션을 위한 물리적 환경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위치, 자리 배치, 다양한 자극물·시간

첫째, 위치다. 창의력을 북돋울 수 있는 공간의 위치는 반드시 고객의 삶과 밀접한 곳에 있어야 한다. 가장 빠르게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자극받으며, 언제든지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로부터 자극받을 수 있는 위치여야 한다. 그래서 주로 도시의 중심부나, 또는 번화가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

둘째, 공간의 크기와 구성원 자리 배치다. 구성원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무 공간의 모습은 대개 임원실이 건물의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고(왜냐하면 좋은 전망을 양보해야 하니까), 팀마다 창문부터 출입구까지 책상들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물론 이때도 팀장의 자리가 창가 쪽인 것은 당연하다. 이런 배열은 자유로운 아이디어 발상 업무보다는 상명하복의 수직적 업무에 적합하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중에도 내 뒤에 있는 상사의 눈치를 자연스럽게 살피게 된다. 창의력이 발산되려다가 유리벽에 막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창의적 업무를 담당하는 팀이라면 구성원 개인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을 좀 더 여유 있게 제공하고(물론 책상의 크기도 마찬가지다. 노트북만을 올려놓기 위한 공간이 아니지 않은가?), 자리 배치도 상하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일렬 배치와는 달리 혁신적인 모습이 되어야 한다.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마다 제공되는 프로젝트룸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리 배치다. 공간을 크게 개인 업무 공간과 공동 업무 공간으로 나누고, 개인 업무 공간의 자리 배치는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도록 한다. 그리고 공동 업무 공간에는 가운데 책상조차 두지 않고 스툴만을 둔다. 이렇게 함으로써 구성원은 개인의 공간에서 최대한 스스로 업무 효율을 거둘 수 있고, 공동 업무 공간에서는 주위의 방해 없이 최대한 공동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회의시간에 노트북을 가져오면 십중팔구는 딴짓 하지 않는가?).

셋째, 다양한 자극물과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나무 조각 퍼즐과 장난감부터 대중 잡지, 다양한 분야의 도서, 최신 IT 기기까지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은 되도록 다양하고 주기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자판기처럼 동전을 넣고 원하는 품목의 버튼을 누르면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즉석밥이나 컵라면처럼 간편하게 물만 붓고 3분만 기다리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시간이 주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자극물을 준비했다면 이를 장식으로 두지 말고 구성원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그들이 내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일을 도와야 한다. 구성원이 자기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그들의 역할을 충실히 잘해낸다는 의미가 아님을 명심하라. 이렇게 보면 모든 스타트업 기업의 성지가 집안 주차장이 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는가?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물리적 공간으로서 이만한 곳도 드무니 말이다.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심리적 환경도 대단히 중요하다. 심리적 환경을 갖추는 것은 이노베이션 조직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내가 방문해본 여러 기업에서는 물리적 환경은 잘 갖춰놓았으나 심리적 환경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회사에서는 공간 배치도 여유롭게 하고 여러 가지 자극물과 이를 활용할 시간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당사자들은 창의적이지 않은 회사 문화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었다.

어느 사무실에 가보니 사람들이 똑같이 생긴 커다란 나뭇잎 모양의 파티션을 자기 책상에 듬성듬성 꽂아놓은 것이 보였다. ‘왜 다른 모양의 나뭇잎은 없을까?’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회사에서 주는 것만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 공간과 책상은 회사가 정한 기준에 부합해야 하고, 개인에게 주어진 자극물도 개개인의 개성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일률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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