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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7. 2017

03. 첫사랑과 똑같은 첫 직장

<밥벌이 페이크북>

내가 생각하는 대체적인 정답은 ‘결국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생 진로 문제에 있어서는 직장보다 직업을 갖는 것이 정석이자 정답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직업을 갖는 것은 가업을 이어받는 것 외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내가 하고 싶다고 원하는 직업을 쉽게 가질 수는 없다. 그 중간에 그 누구도 풀기 힘든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에 시대가 너무 많이 변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사회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사회 변화와 맞물려 우리 인생에서도 그에 맞게 서너 번 직업 전환의 시기가 온다고 했다. 직장이야 수도 없이 바뀔 수도 있다.


첫사랑과 첫 직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첫 직장은 첫사랑과 같다. 추 후 자신의 경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처음 들어간 직장은 실로 소중하다. 하지만 대체로 첫사랑은 잘 이루어지지 못한 채 아련한 추억만 남긴다. 첫 직장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첫사랑과 결혼까지 성공할 확률은 많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해 나이 들도록 취업 준비생으로 남는 것보다 비록 자기가 만족할 만한 직장이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든 우선 시작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취업 준비생 시절 쌓았던 스펙은 취업을 한 이후 실전에서는 쓸모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에서 배운 경영학 이론을 신입 사원이 회사에서 써먹을 일은 거의 없다. 외국 유학을 다녀왔다고 글로벌 경영 감각이 금세 생기는 것도 아니다. 토익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외국 바이어를 만나 계약을 성사시킬 정도의 의사소통이 안 된다면 입사 후에 다시 영어 회화 학원에 다녀야 할지 모른다.


인생의 공백 기간을 가지면서까지 단지 입사만을 위해 스펙을 쌓는다는 것은 조금 생각해 볼 일이다. 야구로 말하자면 취업 준비생은 연습생으로 오래 남아 있는 것과 같다. 1군 실전 경기는 연습 경기와 다르다. 실전 경기를 뛰어 본 선수와 그 경험이 없는 선수는 분명 질적으로 다르다. 실전 경기를 뛰어 본 선수라면 자신의 약점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해 그가 2군으로 떨어지더라도 연습생에 비해 연습의 질이나 방향이 현저히 달라진다. 실전 경험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취업도 힘들지만 창업의 길은 더 힘들다. 창업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야구계에서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야구 선수가 단계를 밟지 않고 곧바로 메이저리거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경험이나 실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 창업이 얼마나 무모한 행위인지 금세 짐작할 수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도 엄연히 프로다. 주변으로부터 아직 햇병아리라고 배려는 해 줄 수는 있지만 상황이 급해지면 그들에게 자비란 없다. 이 사회는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밟아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부상조니 상생이니 같은 이상주의적 단어는 아쉽게도 우리나라 비지니스계에 통하지 않는다. 먹고 먹히는 아수라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업을 가지기 위해 우선 직장이라는 중간 완충 단계가 필요하다. 진로의 궁극적 목표인 직업을 가지기 위해 직장은 반드시 거쳐야 할 마이너리그 제도와 같은 것이다. 조금 일찍 취업에 성공했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고, 남들보다 조금 늦었다도 낙담할 일은 아니다. 결론은 결국 훗날 자립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현역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인생은 길다. 긴 호흡으로 멀리 보자. 남들이 먼저 간다고 일희일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지점에서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우리 모두 파이팅!


영화에서 찾은 밥벌이 가이드

족구왕(The King of Jokgu ,  2013



우울한 이십 대라면 꼭 봐야 할 영화

이 영화를 빌어 음지에서 힘든 작업을 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현실은 힘들지만 결국 사필귀정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영화라면 또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언젠가 빛을 발하게 마련이다. 작은 것도 큰 것에 덮이지 않는 세상을 꿈꿔 본다. 족구왕 만섭이가 이십 대 청춘에게 준 희망의 메시지는 영화처럼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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