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09. 2017

08. 아기를 동경한 대가

<마마 콤플렉스>

베도스는 또 체외수정의 모든 단계에서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방 차원의 상담은 트라우마의 파급력과 지속성을 줄여주고, 이미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새로 닥치는 트라우마의 영향에서 피해가거나 억눌린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라지아는 남편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지만, 세쌍둥이를 유산했을 때는 파경의 위기까지 겪었다. “남편이 우울증에 빠졌어요. 상담사들을 찾아다녀 봤지만 직접 우리 처지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일에 몰두했지요. 제가 하루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종일 일에 매달리는 것밖에 없었어요. 저는 남편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거든요. 더 이상 친밀감도 느낄 수 없었지요. 결국 남편은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는지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 뒤로는 한 번도 피운 적이 없어요. 제가 비통함을 올바르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말도 들었지만, 저는 사람마다 극복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경험은 이제 제 일부가 되었고, 저는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해마다 세쌍둥이를 보낸 날이면 풍선 세 개를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베도스는 체외수정을 고려하고 있다면 적어도 한군데 클리닉을 정해서 설명회에 참석하거나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집안 대소사를 혼자 다 떠안아야 한다는 불필요한 의무감에서 잠깐만이라도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저녁을 함께 먹고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면서 보내는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부모가 되고 나서 경험하게 될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자신에 대한 기대를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체외수정 부모들에게 아기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강조합니다. 아기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지도 말고, 아기들이 불편한지 배가 고픈지도 걱정하지 말고, 그저 햇빛 좋은 날 산책을 나가서 같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말을 걸어주세요. 함께 소파에 걸터앉아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순간이 바로 임신과정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베도스는 우리가 심리적 위기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고대문화에서는 불가에 둘러앉아 폭넓게 교제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자신의 심정이 어떤지,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생각하는 것은 고사하고, 서로 이야기할 시간조차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서 심리적 위기가 순식간에 다가온 것처럼 느낍니다. 저는 체외수정 부모들에게 매일 밤 서로 손을 잡고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고, 각자 5분씩 번갈아가며 이야기하고 들어주라고 권해줍니다.”

결과적으로 프라지아는 들인 비용이나 겪은 트라우마가 모두 가치 있었다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프라지아는 확신했다. “저는 다시 하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랬으면 제가 어떻게 저렇게 멋진 아이들을 얻을 수 있었겠어요? 저 아이들이 제 삶을 완성시켜주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건강 상태를 알려 주는, 갑상선 체크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