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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9. 2017

05. 구글은 왜 발자국에 집착할까?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디지털 발자국으로 권력을 키우게 될 가능성이 큰 집단은 통신기업과 정부다.

     
아마존(Amazon)과 월마트(Walmart)는 자주 비교된다. 2015년은 아마존에 기록적인 해였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설립 20년 만에 월마트를 넘어 세계 최대 유통업체가 된 해다. 이들이 사용하는 데이터는 어떨까? 2015년에 월마트는 대략 시간당 100만 건 이상의 거래정보를 처리했다. 처리된 정보는 월마트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데, 이 데이터베이스 용량이 2.5페타바이트(PB)다. 이는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모든 책 데이터베이스의 160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온라인 거래가 대부분인 아마존의 검색정보와 거래정보는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이런 빅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저장 공간도 문제지만 저장 프로세스, 분석이나 통계 도구도 문제다. 어쨌건 우리에겐 ‘왜 이런 일을 발전시키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빅데이터에 가장 뛰어난 구글을 살펴보면 된다. 구글은 검색으로 보여준 대로 이미 데이터 분석과 처리, 인공지능에서 최강자다. 손끝을 따라다니는 광고 배너도 구글의 광고플랫폼이 만들어낸다.
   


구글에는 ‘구글 엑스(Google X)’나 ‘달 사냥 공장(Moonshot Project)’으로 불리는 비밀 프로젝트들이 있다. 실제로 비밀이라기보다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를 실제로 추진하는 그런 일을 한다. 구글 글라스(Google Glass)도 여기서 나왔다. 가장 긴 시간 실험을 계속하며 완성도가 올라가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 누구나 아는 일이다. 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지금 완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이다.
     
이름처럼 풍선을 띄우는 프로젝트다. 구글은 2013년 6월, 뉴질랜드에서 20km 상공에 헬륨 풍선 30여 개를 띄웠다. 풍선에는 태양열로 가동되는 비행장치, 고도조절장치, 컴퓨터는 물론 통신장비를 실었다. 지상 넓은 지역에서 와이파이(Wi-Fi)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아프리카와 같이 인터넷을 쓰기 어려운 지역에서 48억 명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고 했다. 참고로 2020년에 지구 인구는 77억 명이 된다.
     
구글은 인터넷 사용료를 받기 위해 이런 일을 할까, 아니면 과학기술에서 소외된 인류에 봉사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할까? 둘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둘 다 아니다. 실제 목적은 데이터를 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다. 여러분 손에 든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로 구동된다면 그조차도 구글의 것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가진 디지털 발자국을 원한다. 그것만 있으면 원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구글이 하는 일을 다시 생각해보자. 검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 룬, 크롬(Chrome) 브라우저, 광고플랫폼, 인공지능, 자연어 인식과 번역, 이 모든 것이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 연관된다. 우리는 아주 가끔 그리고 조금씩 구글이 하는 일을 보게 될 것이다. 마치 이세돌과 바둑을 두던 알파고가 얼마나 바둑을 잘 두게 되었는지 2017년 5월 어느 날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2025년경이면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훨씬 무서운 새로운 디지털 권력을 만나게 된다. 이 권력은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점점 더 큰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발자국으로 권력을 키우게 될 가능성이 큰 다른 집단은 정부다. 정부는 특정한 사람의 의지로 권력을 키우기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권력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많지만 커지는 안보와 국방 문제, 정부의 효율성 추구, 기업의 독점 통제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하나가 더 있다면 ‘정부는 모든 것에 관여하기 때문에’ 권력이 커진다.
     
첫째, 안보와 국방 문제는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을 정도다. 모든 것이 데이터로 처리되고 통신으로 오가는 세상에서 자유만을 보장하거나 내버려둬서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은행이나 국방 전산망, 원자력발전소도 해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소한 테러가 사이버공간에서 모의 되고 실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감시는 ‘일정 부분’ 정당화된다. 이것은 개인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다만, 선을 넘으면 개인의 자유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정부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둘째, 정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디지털 발자국에 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정부부처의 운영 자체가 데이터의 운영이기도 하다. 도로공사에서 스마트 고속도로를 운영하려면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나가는 모든 차의 운행정보가 수집되어야 한다. 하나라도 빠진다면 사고와 연결될 수도 있다. 민간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정책도 데이터와 통계를 따를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정부는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정부라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역설이 만들어진다.
     
셋째, 기업의 정보 독점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이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누가 어떤 것을 가졌고 어떻게 쓰는지 규제하기 위해서 정부도 그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위키리크스(wikileaks)나 스노든(Edward Snowden)의 폭로를 보면 정부와 민간 기업은 항상 공생관계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든 기술을 정부가 보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선에서 눈을 감아주고 그 기술과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일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정부는 어디까지 알고 있으며, 어디에서 그 정보가 나온 것인지를. 그리고 그들의 말을 의심해야 한다.
     
마지막은 정부가 모든 일에 관여해서 디지털 권력이 커진다. 이 문제는 카드사가 카드 사용명세만 알고 있거나, 통신사가 통화기록만 알고 있거나, 포털이 검색기록만 알고 있거나, 도로공사가 차량 운행기록만 아는 수준과는 다르다. 정부는 곧 이런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서 처리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때는 디지털 시민의 권리와 디지털 정부의 권력이 충돌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조직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한국의 2017년 대선 토론에서도 청년실업과 맞물려 논란이 일었었다. 아마도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답이 그려졌을 것이다. 청년실업을 넘어 앞으로 민간의 일자리는 엄청난 속도로 줄어든다. 2030년까지 기존의 일자리 절반가량이 줄어든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여기서 정부는 예외일까? 전국 도로에 사물인터넷이 깔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달리는데 교통경찰은 더 많아져 수신호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운전자도 없는 차를 세워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을까?
     
세금으로도 살펴보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말은 돈이 없어 소비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간단하게 말해 세금을 걷을 곳이 줄어든다. 정부 조직은 민간의 수요 부진과 기술 발전의 이중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세금이 덜 걷혀 공무원을 줄여야 할 판에 자동화로 할 일마저 사라진다.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떼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출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린터가 없어서 동사무소에 가더라도 자동화기기로 출력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일자리를 잃은 국민이 공무원 수만 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력은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되어 있다.
     
앞으로 20년, 2035년까지는 국가 간 전쟁이다. 줄어든 일자리를 자기 나라로 빼앗아 오는 전쟁이다. 몇 안 되는 일자리라도 확보하기 위해 자기 나라에 공장을 짓게 하는 전쟁이다. 그 자동화된 공장을 짓는 기술을 선점하는 전쟁이다. 그 공장에 들어갈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되는 전쟁이다. 그 공장을 운영하는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가 되는 전쟁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여기에 단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10년간 우리가 해온 일의 결과다. 일하는 사람이 사라져 로봇으로 물건을 만드는 기업가에게 세금을 물려야 할 때, 공장이 없는 나라는 그조차 거둘 곳이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다음 회에는 <계층사다리는 이미 사라졌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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