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페이크북>
분식 회계란 말이 있다. 나쁜 뜻을 가진 단어다. ‘분식 회계’하면 그 옛날 대우그룹이 생각난다. 대우그룹이 부실 경영을 했는데,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해 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대출을 받았다. 그럼에도 대우그룹은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결국 대우그룹에 들어간 돈은 다 우리가 낸 세금이었다.
분식 회계의 ‘분(粉)’은 ‘가루 분’ 자다. 밀가루 음식을 분식이라고 말한다. 여자가 얼굴에 화장하는 행위도 ‘분을 바른다’고 표현한다. 회계에서 ‘분식’이란 재무제표에 분을 바르는 것, 즉 잘 보이기 위한 화장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금융에서 분식이란 화장처럼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긍정적 행위가 아니다. 재무제표에서 분식은 완전한 범죄다. 반면 직장 내에서 분식은 딱딱한 업무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여사원 김 대리가 오늘 그다지 예쁘지 않지만 “예쁘다”라고 주변에서 너스레를 떨어 주는 것, 고작 한 시간 걸려 기획안을 마련했지만 밤새 고민해서 올린 것이라 상사에게 말하는 것 따위다. 직장에서 이처럼 돈 들이지 않고 작은 수고를 들여 서로 기분 좋게 만드는 행위를 우리는 페이크(fake) 또는 속된 말로 ‘뼁끼’라 부른다. 이런 것 모두 직장 내 선의의 분식 행위다.
이런 뼁끼의 기술을 펼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정보의 불투명성에 있다. 정보는 내가 가진 큰 자산이다. 꼭꼭 숨겨 놓고 있다가 요긴할 때 하나하나씩 풀어내도록 노력해 보자. 직장생활이 훨씬 더 부드러워질 것이다.
인생은 길다. 직장에서 나를 너무 소진하면 안 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직장이 날 평생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도 안 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나 상사에게 거쳐 가는 장소로 이용만 한다는 느낌을 줘서도 안 된다. 망망대해 같은 직장생활에서 인심을 잃지 않고 부드러운 항해를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나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뼁끼의 기술은 직장생활 필살기다. 잊지 말자.
영화에서 찾은 밥벌이 가이드
뼁끼의 달인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힘든 결정을 하는 척 고뇌하는 척이 중요하지 진짜 행동은 표 내지 않게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뼁끼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