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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2. 2017

08. 페이크(Fake)의 기술

<밥벌이 페이크북>

분식 회계란 말이 있다. 나쁜 뜻을 가진 단어다. ‘분식 회계’하면 그 옛날 대우그룹이 생각난다. 대우그룹이 부실 경영을 했는데,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해 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대출을 받았다. 그럼에도 대우그룹은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결국 대우그룹에 들어간 돈은 다 우리가 낸 세금이었다.


분식 회계의 ‘분(粉)’은 ‘가루 분’ 자다. 밀가루 음식을 분식이라고 말한다. 여자가 얼굴에 화장하는 행위도 ‘분을 바른다’고 표현한다. 회계에서 ‘분식’이란 재무제표에 분을 바르는 것, 즉 잘 보이기 위한 화장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금융에서 분식이란 화장처럼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긍정적 행위가 아니다. 재무제표에서 분식은 완전한 범죄다. 반면 직장 내에서 분식은 딱딱한 업무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여사원 김 대리가 오늘 그다지 예쁘지 않지만 “예쁘다”라고 주변에서 너스레를 떨어 주는 것, 고작 한 시간 걸려 기획안을 마련했지만 밤새 고민해서 올린 것이라 상사에게 말하는 것 따위다. 직장에서 이처럼 돈 들이지 않고 작은 수고를 들여 서로 기분 좋게 만드는 행위를 우리는 페이크(fake) 또는 속된 말로 ‘뼁끼’라 부른다. 이런 것 모두 직장 내 선의의 분식 행위다.

사진: Freepik.com


이런 뼁끼의 기술을 펼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정보의 불투명성에 있다. 정보는 내가 가진 큰 자산이다. 꼭꼭 숨겨 놓고 있다가 요긴할 때 하나하나씩 풀어내도록 노력해 보자. 직장생활이 훨씬 더 부드러워질 것이다.


인생은 길다. 직장에서 나를 너무 소진하면 안 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직장이 날 평생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도 안 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나 상사에게 거쳐 가는 장소로 이용만 한다는 느낌을 줘서도 안 된다. 망망대해 같은 직장생활에서 인심을 잃지 않고 부드러운 항해를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나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뼁끼의 기술은 직장생활 필살기다. 잊지 말자.



영화에서 찾은 밥벌이 가이드

마진 콜(Margin Call, 2011)



뼁끼의 달인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힘든 결정을 하는 척 고뇌하는 척이 중요하지 진짜 행동은 표 내지 않게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뼁끼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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