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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2. 2017

06. 계층사다리는 이미 사라졌다.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앞으로 계속 일자리가 줄면 정부는 누구에게 세금을 걷을 것인가? 일자리가 준다는 것은 세금을 걷을 대상이 세금을 써야 할 대상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자본가는 근로자를 고용해 직접 혹은 기계로 제품을 생산하고, 직접 혹은 기계로 제품을 나르고, 근로자는 받은 임금으로 제품을 소비했다. 그런데 자본을 가진 기업가가 근로자를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 대체하면서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근로자가 생산에 관여하는 비중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50% 줄어든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만 줄어드는 일자리를 메울 수는 없다.
     
독일의 지멘스(Siemens) 공장으로 가보자. 인더스트리 4.0이 적용된 지멘스 공장은 제품디자인, 생산기획, 생산설계, 생산, 서비스의 5단계를 대부분 자동화했다. 자동화는 세 가지 변화를 만든다. 제품공급 시간을 줄이고, 유연성을 높이고, 효율을 높인다. 실제로 공장 안에는 기계가 제대로 제품을 생산하는지 살피고 주문에 따라 공정에 변화를 주는 직원이 전부다. 기계는 한 가지 제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약 75%는 정해진 제품을 생산하지만, 20%는 60,000개나 되는 고객사의 요구대로 제품 생산을 유연하게 주문에 맞춘다.
     
독일은 설명한 대로 표준화된 자동화 공장의 모델을 만들어 앞으로 30년간 전 세계에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 지금부터 짓는 자동화된 공장은 그 공장을 유지·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모든 일이 공장을 지은 회사의 일이 된다. 이 일은 한 회사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쿠카(Kuka)와 같은 로봇을 만드는 회사, 키엔스(Keyence)와 같은 센서 회사, 다이후쿠(Daifuku)와 같은 물류시스템 회사, IBM과 같은 인공지능 개발 회사가 합작해야 한다. 플랜트에 특화한 건설회사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회사와의 협력도 필수다.
     
자동화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거둔 이익은 누구의 몫일까? 지금과 다르지 않다. 자본가의 몫이다. 다만, 기업에서 일함으로써 노동의 대가를 받고 그 돈으로 제품을 소비하던 근로자만 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자본가에게 더 자본이 집중된다. 물론 자본가 간의 경쟁도 더 치열해진다. 지금 정부가 놓친 부분이 여기부터다. 자본가는 지금까지 제품으로 경쟁했지만, 앞으로는 제품을 만들 도구로 경쟁한다. 자동화된 공장으로, 3D 프린터로, 인공지능으로, 센서로, 로봇으로 경쟁한다. 우린 하나도 없다.
     
국제구호단체인 영국의 옥스팜(Oxfam)은 2014년에 상위 1% 자본가가 소유한 부가 2009년에 전 세계 부의 44%를, 2014년에 48%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월에는 ‘99%를 위한 경제보고서’에서 빌 게이츠를 비롯한 상위 8명의 부가 세계 하위 50%인 36억 명의 부와 맞먹는다고 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전망과 비슷하다. 이제 50%가 아닌 90%, 99%를 향해 질주할 것이다. 
     
정부는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땜질 처방이나 빚을 내서 복지를 확충하기 이전에 산업경쟁력을 만들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잘못된 생각에서 좋은 처방을 기대할 수는 없다. 더 근본적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방법을 만들지 않으면 순식간에 세금을 거둘 곳이 사라진다. 앞으로 세금을 거둘 곳은 사람이 아니라 공장이다.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생겼다. 계속 일자리가 줄면 정부는 누구에게 세금을 걷을 것인가? 어떻게든 세금을 걷었다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가? 일자리가 준다는 것은 세금을 걷을 대상이 세금을 써야 할 대상으로 바뀐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없던 청년실업 대책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앞으로는 모든 계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업이 증가한다. 이것을 정부가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을까? 일자리가 사라진 공장에서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 세금을 걷을 것인가?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자본가에게 청구하던, 매출에 따라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던, 해결책은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방법이 없다. 자동화로 모든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기업 매출이 줄고 일자리마저 사라지면 세금을 늘릴 방법은 마땅치 않다. 2035년 중반 이후부터는 더 예측하기 어렵게 일자리 문제가 전개될 것이다. 로봇과 인간이 각각 하는 일과 인간이 로봇을 활용해 하는 일에 경계가 생기면 다행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상상하기도 싫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지만, 2035년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는 거의 모든 일을 로봇이 대체해가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다. 소득이 사라지는 것이다. 자본은 점점 극소수의 자본가가 독점한다. 여기에 제품의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소득이 사라진 사람 일부는 다시 산업화 이전처럼 살거나, 그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정부의 도움으로 살아야 한다. 정부는 소득이 사라진 국민이 어떻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미래에는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 발전해 물질이든 에너지든 무한정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말은 거의 제품 가격이 제로에 수렴해 일하지 않는 인간이 행복해질 날이 올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GRIN 기술로 일컫는 유전공학(Genetics), 로봇공학(Robotics),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나노기술(Nanotechnology) 중에서 나노기술의 발전이 가장 느리다. 레이 커즈와일의 말이 현실이 되려면 나노기술의 발전에 인공지능이 가세해야 한다.
     
나노기술이 발전해 자원을 무한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해도 시점이 문제다. 나노기술조차 자본가의 것이니 실제로는 자본가에게 나머지 99% 인간의 미래가 달렸다는 말과 같다. 나노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자본가가 로봇으로 만든 제품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도 제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원재료비, 로봇 제작비, 공장이 들어선 토지 사용료, 세금, 자본가의 노력과 투자비에 대한 이익도 제품에 부과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해도 에너지 사용료도 있다.
     
문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세금이다. 특정 시점에서부터 걷히는 세금은 줄고 복지비는 급증해 균형재정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이런 시점을 파악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지금 각국이 벌이는 공장유치 전쟁이 그 서막이다. 공장을 확실하게 붙잡아두면 줄어든 일자리라도 같이 잡아둘 수 있고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져도 세금을 물릴 수 있다. 공장을 붙잡지 못하면 일자리는 순식간에 증발한다.
     
지금, 우리는 미래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에 뒤처졌다. 아마 현명한 독자들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왜 미국에는 3D 프린터,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등 온갖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조용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왜 중국은 로봇, 센서 등의 기술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였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왜 독일은 자동화된 공장을 계속 지으면서 세계 최고의 기업과 협력해 공장을 짓는 기술을 축적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왜 일본은 겉보기에 우스꽝스러운 로봇을 금융과 서비스에 그토록 접목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센서나 물류와 같은 로봇 기초산업에 투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말할 것도 없다.
     
다음 회에는 <위험한 일자리 3가지와 휴머니즘>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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