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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9. 2017

01. 그림자의 그림자가 되지 마라.

<카페에서 만난 장자>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그림자가 되지 마라.
그림자의 그림자는 더더욱 되지 마라.
그 대신 주인 역할을 할‘마음’을 밖으로 내보내라.
자신의 본덕과 천진으로 돌아오라.
그래야만 억지로 집착하지도, 수동적으로 끌려가지도 않게 된다.



‘그림자의 그림자’는 항상‘그림자’에게 끌려다닌다.

이‘망량문경(罔兩問景)’이야기는‘제물론’편에 나오는 아주 흥미로운 우언이다. 주인공 이름은‘망량(罔兩)’과‘경(景)’으로,‘그림자의 그림자’와‘그림자’의 대화이다. 이 대화는 애니메이션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재미있는 설정이고 문학성이 뛰어나서 장자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경(景)’은 그림자이고‘, 망(罔)’은‘모호한 것’‘,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림자란 원래 모호해서 뚜렷하지 않은 존재다. ‘량(兩)’은 수학의‘제곱(自乘)’이다. 즉,‘그림자가 데리고 다니는 그림자’로, 그림자에 딸린 어둡고 희미한 그늘을 가리킨다. 이처럼‘그림자의 그림자’와‘그림자’가 대화하는 모습은 글로는 쉽게 묘사하기 어렵다. 그만큼 깊은 상상력을 보여주며 거기에 담긴 의미도 깊다. 망량이 경에게 물었다.

“너는 방금 전만 해도 앉아있었는데 왜 갑자기 일어섰니? 또 방금 전에는 걷고 있었는데 왜 또 갑자기 멈춰 섰어? 앉았다 갑자기 일어섰다가, 섰다가 갑자기 움직였다가, 너는 왜 이렇게 줏대 없이 행동하는 거야?”

마치 부모님이 아이를 야단치거나 선생님이 학생들을 혼낼 때 외치는 말 같다.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개구쟁이 아이들이 교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껏해야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고함을 지르고 아이들에게 문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만약 도로였다면 문제는 좀 더 쉬웠을지 모른다. 어차피 도로교통 법규가 있으니까 경찰관은 호루라기를 불거나 규정을 위반한 차량에 딱지를 떼면 그만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망량은 앉았다 일어섰다, 왔다 갔다, 줏대 없이 행동한다면서 경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런 행동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는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망량은 경의 행동 하나하나에 수동적으로 이끌릴 뿐이다. 경은 멈추거나 일어설 때 아무런 사전 통보가 없다. 경이 걷다가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멈추면 망량도 멈춰야 했다. 경이 의자에 앉아있다 별안간 일어서면 망량도 일어서야 했다. 여기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지 않다. 부모는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그들과 마음의 대화를 나눠야 하며, 결코 사회의 가치관이 투영된‘그림자’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자녀를‘그림자의 그림자’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당신은 자녀를 올바르게 훈육하기 위해서라고 강변하겠지만, 그것은 자녀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자녀를 구속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교사가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학생들을 구속하는 것도 비슷하다.

맹자는“(인의예지는) 밖에서 들어와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다(非由外我也我固有之也).”라고 말했다. 호인(好人)이라면 불안(不安)에서 인심(仁心)이 나온다. 인심이 나타내는 모습이‘각성(覺醒)’이고, 인심이 자유롭게 외치는 것이‘자각(自覺)’이다. 이들은 결코 외부에서 자신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심이 스스로 각성한 것이다. 따라서 도덕은 반드시 마음의 자유에서 나온다. 강압에 의한 도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거짓된 도덕, 즉 부도덕일 뿐이다. 맹자와 장자는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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