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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3. 2017

02. 홀딩 테라피

<행복한 서번트, 캘빈 이야기>

NECC(New England Center for Children: 자폐 전문 특수사립학교)에서 배운 방법으로 집과 학교가 하나가 되어 아이의 행동수정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우리가 기대한 만큼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실망할 무렵 헬렌켈러의 설리반 선생님과 같은 분을 만나게 되었다.

젊은 나이의 다이앤(Diane) 선생님은 몸은 왜소했지만 캘빈을 가르치겠다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큰 분이었다. 당시 캘빈의 행동수정 목표 두 가지 중 눈맞춤에는 성공했지만 한곳에 앉아 있지 못하고 부산하게 다니는 행동은 여전히 수정되지 않았다. 행동수정을 위해 아이를 붙잡아두면서 다이앤 선생님의 팔에는 캘빈이 물고 할퀴어서 생긴 상처들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개의치 않았고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다이앤 선생님은 홀딩 테라피를 제안했다. 캘빈이 책상에 단 1초도 못 앉아 있었기 때문에 책상에 앉는 훈련부터 해야 했다. 아이를 앉혀놓고 1분을 앉아 있으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알려준 뒤 시간을 쟀다. 만약 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기를 거부하고 움직이면 움직이지 못하게 뒤에서 붙잡아야 했다.

처음에는 울고불고하며 선생님과 레슬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선생님을 믿고 견뎌보기로 했다. 첫날에는 2시간을 붙들어야 했고 캘빈이 바지에 오줌까지 쌌지만 선생님은 아이를 놓지 않았다. 이런 테라피는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이의 저항심이 낮아지면 의자에 앉혀놓고 1분간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했다. 의자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캘빈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테라피는 끝이 났다. 그날 선생님이 가시고 캘빈은 화가 나서 울면서 잠이 들었다.

그 다음 날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의자에 캘빈을 앉히고 1분을 앉아 있으면 캘빈이 좋아하는 비디오를 볼 수 있고 과자도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캘빈은 또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아이를 붙들면 어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선생님 얼굴에 침까지 뱉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다가가자 선생님은 단호한 표정으로 테라피 동안에는 아무 말도 말라며 보기 힘들다면 다른 방에 가 있으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아이의 행동에 반응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뒤에서 붙잡고만 있고 캘빈은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반항하는 시간이 어제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선생님은 어제와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오늘도 캘빈이 움직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돌아갔다. 캘빈은 분한 마음에 장난감을 던지고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캘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테라피가 이어지는 동안 선생님이 아이를 잡고 있는 시간이 줄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캘빈이 1분간 의자에 앉아 있기에 성공했다. 처음으로 1분을 앉아 있던 날 선생님이 큰소리로 칭찬하고 박수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펑펑 났다. 행동을 고쳐가는 것은 아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 큰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다.

캘빈이 1분만 앉아 있으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받는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앉아 있는 시간을 2분으로 늘려가고 나중에는 10, 20, 30, 40분씩 늘려가게 되었다. 처음 1분 앉아 있었을 때는 몇 초 안 남았는데 움직이려고 해서 선생님이 캘빈을 잡으려고 하면 바로 다시 의자에 앉아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비로소 실질적인 행동응용분석 교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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