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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3. 2017

03. 한 문장을 배우다.

<행복한 서번트, 캘빈 이야기>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캘빈이 책상에 앉아 있게 되면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 처음 시작한 것은 같은 색깔 짝짓기 연습이었다. 같은 색깔의 색종이를 둘로 잘라 각 10장씩 만들고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한쪽에 있는 색종이를 다른쪽으로 옮기면서 ‘매치(match)’라고 말하고 그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같은 방법으로 한다. 한 색깔로 시작해서 여섯 가지 색깔을 맞추는 연습을 6개월은 했던 것 같다. 캘빈이 짝짓기 개념을 이해하면서 11가지 색으로 늘려나갔다. 이렇게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6개월이 걸렸지만 그후 나머지 색깔들을 습득하는 시간은 별로 걸리지 않았다.

매치 개념과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긴 다음에는 그림을 보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연습을 했다. 카드로 동물, 사람, 장난감, 자동차, 음식, 직업 등을 구별하는 개념 연습을 하고 그 다음에는 직접 장난감을 가지고 구분하는 연습을 했다. 먼저 ‘나=자신’이라는 그림을 보여주고 ‘원한다’라는 그림, 그리고 ‘우유, 사과, 스낵, 컴퓨터’ 등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입으로 따라하는 연습을 했다. 연습한 단어들은 100% 활용할 때까지 반복했고 단어들을 연결하여 문장으로 만드는 연습도 병행했다. 예를 들면 ‘나는 우유를 원한다’라는 문장을 연습할 때 해당 그림들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찍는 연습을 시키고 이 과정이 끝나면 그림을 찍으면서 완벽하게 말할 때까지 연습시켰다.

그림을 가리키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래시 카드(Mayer Johnson Symbols)



집에서도 연습은 계속되었다. 아이가 말로 하지 않고 우유나 주스, 물, 과자 등을 집으려고 하면 못 하게 하고 그림을 하나씩 찍으면서 정확하게 말할 때만 원하는 것을 주었다. 당시 우리 집 벽에는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그림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고 새로운 단어들을 배울 때마다 벽의 빈 공간들은 점점 더 작아졌다.

이렇게 의사소통이 눈과 손, 입으로 100% 이루어지면 다음 단계는 그림을 보지 않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원하는 것을 그림을 보면서 말하면 주지 않고 그림을 보지 않고 말해야 주었다. 아이는 손가락으로 찍으면서 소통하는 버릇이 있어서 한동안 내 어깨나 선생님 손을 찍으면서 원하는 것을 말하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소통하는 연습을 했다. 아이가 손으로 무언가를 치면서 말하면 주지 않고 입으로만 말해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문장을 배우기 위해 3단계로 나누어서 차근차근 배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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