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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8. 2017

02. 찌는 것은 쉬운데 빠지는 것은 왜 어려울까?

<식욕의 배신>

살은 쉽게 찌는 반면 살을 빼는 것이 어려운 것은 어쩌면 인류의 역사와도 부합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를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만 한정하여도 그 시간은 무려 약 20만 년에 달하는데, 인류는 항상 배고픔과 싸워왔지 배부름과 싸워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음식이 풍요로워져 다이어트가 필요하기 시작한 것은 길게 보아도 일이백 년에 불과하다.


식욕자극 호르몬과 식욕억제 호르몬의 힘의 불균형

우리 인류는 오랜 기간 체중을 감량하려는 시도를 해오지 않았다. 대신 굶주림을 해결하고 먹는 것을 해결하여 생존하려는 노력을 더 오랜 시간 해왔기에 지금의 인류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식욕자극 호르몬은 조금의 음식 섭취가 줄어도 쉽게 분비되는 반면에, 조금 살이 쪘다고 해서 몸이 위기감을 느끼며 식욕억제 호르몬을 분비하는 일은 많지 않다. 우리는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지만, 뇌는 우리의 외향이 우리의 취향에 부합하는지를 우선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절대 굶어 죽을 일이 없는 우리의 상황을 뇌는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위험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식욕자극 호르몬을 분비한다. 뇌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앙상한 것보다는 뚱뚱한 편이 생존에 적합하고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축적시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기에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어렵고, 감량 후에도 요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말대로라면 살이 조금만 쪄도 항상성을 위해 다시 살이 빠져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몸의 입장에서는 살이 빠졌을 때의 위기와 살이 쪘을 때의 위기를 비교해 본다면, 조금의 체중 증가는 쉽게 위기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 끼만 거르더라도 식욕자극 호르몬이 격렬히 분비되며 몸이 음식을 찾도록 만든다. 우리의 몸은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설계되어 있고, 더 잘 생존하기 위한 기본은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식욕자극 호르몬과 식욕억제 호르몬은 동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은 지방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지방의 양이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렙틴의 분비도 많아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방이 많으면 많을수록 식욕억제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는 것이다. 유전적 돌연변이로 렙틴을 생산해 내지 못하는 비만한 실험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1번 그룹의 쥐는 렙틴 주사를 맞지 않고, 2번 그룹의 쥐에게는 매일 렙틴 주사를 맞게 하였다. 실험 결과, 2번 그룹의 쥐가 눈에 띄게 더 살이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렙틴이 식욕억제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임상연구 결과 비만인 사람들은 이미 혈액 내에 존재하는 렙틴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렙틴은 음식섭취나 체중 변화에 효과가 없었고, ‘렙틴 저항성’이 생겨 지방에서 렙틴을 분비하여도 지방의 양에 비례하게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다. 즉, 안타깝게도 렙틴과 그렐린의 싸움에서 언제나 렙틴은 패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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