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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4. 2017

07. 자기 관리인가, 강박인가?

<식욕의 배신>

예뻐지고 싶었을 뿐인데

다이어트를 늘 열심히 하는 한 여성이 있었다. 스물여덟 살의 회사원인 그녀는 매일 먹을 음식을 정해놓고 정해진 음식을 영양소에 맞춰 아침, 점심, 저녁에 계획적으로 분배해서 먹는다. 하루 총 섭취량이 기초대사량을 넘지 않도록 하며, 간식으로는 불포화지방인 아몬드와 슈퍼푸드인 블루베리를 먹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흰 쌀, 흰 밀가루와 같은 정제탄수화물은 인슐린 수치를 높여 혈당이 급격히 상승되기에 탄수화물은 복합 탄수화물로 섭취해야 하며, 감자와 같이 GI 수치가 높은 음식은 피한다. 퇴근 후에는 근력운동, 유산소운동의 순서대로 정해진 시간만큼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L자 다리를 하며 하루 종일 부어있을 다리의 순환을 위해 10분을 투자한다. 잠들기 4시간 전에 먹는 것은 무조건 금물이며 주말에는 등산 등의 야외 운동을 한다. 아침마다 체중을 체크하고, 주 1회 줄자를 이용하여 신체수치를 측정하며, 헬스장에서 매달 마지막 날 인바디를 재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철저하게 자기 관리 잘하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쩌면 건강한 식사와 운동을 즐기는 활기 넘치는 예쁜 아가씨가 생각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상담을 의뢰했던 내담자였고, 상담소를 방문한 이유는 ‘음식 강박’ 이었다. 음식 강박? 맛있게 먹어야 할 음식에 강박을 가진다니, 그것이 상담을 필요로 할 정도의 일인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이 다이어트가 되어 버렸다. 무엇 때문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그저 다이어트를 위해 살아가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정해진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 생기면 모든 걸 놓아 버리고 폭식을 해 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다음 날이면 후회하고 자책하며 다시 칼 같은 식단을 지켜나갔다. 그녀는 지금까지 해온 다이어트가 아까워서 그만둘 수도 없고, 계속 이대로 계속하기에는 너무 삶이 메마르고 지쳐있었다.


건강하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의 모순

엄격한 식사 규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들이 다이어트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우울증 때문에 내원한 사람 중에는 자신의 식사 행동이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강박이나 섭식장애의 진단받기도 한다. 다이어트가 잘 되고 있는 느낌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감을 느끼게 하며, 자신의 가치가 상승되는 느낌을 받아 이에 긍정적인 강화를 받는다. 만약 다이어트가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식사 규칙이 너무 극단적이고 엄격해서가 아니라 그 규칙을 지키지 못한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강박적 식사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한한다. 식사의 양상이 이미 제한적인 상황에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점점 틀에 박힌 식사방식을 초래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먹는 것이 더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칼로리나 성분을 정확히 지켜서 먹으려는 강박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성분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음식은 먹을 수가 없다. 즉, 정확한 무게를 잴 수 없고 조리 후에 무게와 칼로리가 바뀔 것 같은 닭가슴살은 구워 먹을 수 없으나, 모든 성분이 표기된 닭가슴살 소시지는 먹을 수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칼로리가 적혀있는 것은 대부분 가공식품이며 건강과는 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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