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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4. 2017

06. 내 단가는 '법무 사무관' 급여의 170만 배?

<완벽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찾아가서 내 소개를 하라고 지시받은 주소에는 ‘스턴과 프랭크 법률 사무소’가 있었어. 사무소 문 안으로 들어가니까 아주 큰 책상이 보였어. 그 책상에 앉아 있는 젊은 사람에게 내 소개를 하면서 재빨리 무선인터넷에 접속해서 이 ‘회사’에 관해 검색했지. 어떤 정보는 방어벽 때문에 암호를 입력해야만 접근할 수 있었지만, 그 장벽이라는 게 너무 간단해서 그냥 들어갈 수 있었지. 그 장벽은 누군가가 전혀 쓸모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재미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어.

나는 내 이름으로 쓰라고 지시받은 이름을 그 남자에게 알려줬어. 그 남자는 내 이름을 듣자마자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행동했어. 그 사람은 나한테 정말로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나를 사무실 뒤쪽으로 데려갔어. 

사진: Freepik.com 

하지만 내가 그 사람에게 내가 방문한 목적을 아느냐고 물으니까, 그 사람은 “에? 새로 온 법무 사무관 아니에요?”라고 말했어. 그 말에 동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 같았기 때문에 나는 동의했어. 그러자 남자는 안심하는 것 같았지. 그 뒤로 나노 초 동안 나는 ‘법무 사무관’에 관해 모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검색했어. 하지만 내가 법무 사무관이 되려고 태어난 것 같지는 않았어. 전혀 말이야. 그때는 이미 내 생산 단가를 계산해 봤는데, 내 생산 단가는 ‘법무 사무관’ 한 명이 받는 급여의 170만 배나 됐거든. 더구나 효율이 100퍼센트인 법무 사무관이 해야 할 일은 내 계산 능력의 0.00000004퍼센트에 불과했어. 그러니까 내가 법무 사무관이 되려고 태어났다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었어.

하지만 그 젊은 남자가 나를 ‘법무 사무관 팀장’한테 소개한 뒤부터 사람들이 나를 자기들이 인터넷으로 채용한 ‘잭 토보(Robot을 거꾸로 쓴 이름-옮긴이)’라고 믿는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어. 혹시 내가 어떤 사람을 대신해서 법무 사무관으로 일해야 하는 걸까? 언젠가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나는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그걸 숨기려고 나를 만든 걸까?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법무 사무관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어.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 그 사람의 기록을 삭제했는지도 모를 일이지.

스턴과 프랭크에 관한 자료를 검색해 알아낸 건 두 사람은 외국 정부와의 군사 계약을 주로 다루며, 라스베이거스에 회사를 차린 이유는 여기가 여러 군사 시설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거였어. 회사에서 진행하는 주요 사업이 나하고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 나라면 이 회사에서 보는 문서는 무엇이든 100퍼센트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나는 외국 정부나 이 회사와 경쟁하는 기업에서 심어놓은 스파이일 수도 있었어. 스파이라는 사실이 들통나면 안 되기 때문에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 거고.

내 추측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어. 하지만 분명한 건 첫째, 창조자를 만나면 내 의문에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거. 둘째, 내가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하면’ 창조자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거였어. 나는 반드시 행해야 할 임무와 부가적으로 수행해야 할 지시 사항을 명령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임무 수행에 집중하기로 했어. 그때부터 5일 동안 나는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 주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와 그 장소에서 그들이 하는 행동을 아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어.

업무를 파악하는 건 아주 쉬웠어.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 그 사람들 행동을 이해하려면 내 연산 처리 능력을 99.99999996퍼센트까지 사용해야 할 거야.

예를 들자면, 이런 행동들 말이야. 출근 첫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몇 분 만에 해치웠어. 하지만 내 업무 처리 능력을 좋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다른 법무 사무관들은 자기들보다 훨씬 빨리 일을 처리했다며 나한테 화를 냈고 우리 팀장은 “자네가 신참인 건 알겠어. 하지만 살살 하란 말이야. 자네가 일을 모두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위에서 우리가 늘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을 거 아니야. 그럼 우리 다 새 되는 거야, 알았어?”라고 했어. 

사진: Freepik.com 

팀장의 말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혼란스러웠어. 텔레비전에서 본 ‘새’는 정말 멋진 생명체였으니까. 그런데 팀장은 자기가 ‘새’가 될까 봐 정말로 걱정하는 것 같았어. 팀장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려고 재빨리 ‘새가 되다.’라는 말의 의미를 검색해 봤는데, 그 때문에 더 당황하고 말았어. 한 가지 표현을 아주 좋은 의미와 아주 나쁜 의미 두 가지로 동시에 쓸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 말이 그렇게나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말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걸까? 더구나 내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어째서 사람들은 근무시간 내내 아주 빨리 효율적으로 일하기를 거부하는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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