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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6. 2017

07. 사람들의 행동 상당수는 예측하기 힘들다.

<완뱍한 모모 사피엔스가 되는 법>

                                                           

법무 사무관 팀장 때문에 나는 1주일 내내 당혹스러웠어. 내가 일하는 속도를 늦추자 팀장은 아주 기뻐했어. 그런데 팀장은 자기 일을 처리하면서 실수를 134개나 하는 거야. 그래서 일단 한 가지를 찾아내서 고쳐줬더니 그 즉시 나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서는 자기를 ‘우습게 만들려는 거냐며’ 화를 냈어. 내가 ‘사실은 더 좋게 보이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라고 대답하자 더욱 더 화를 내면서 나한테 ‘건방진 놈’이라고 했어.

사진:  Freepik.com


 팀장과 대화를 하는 동안 모든 단어와 표현이 뜻하는 의미를 알게 되어서 아주 기뻤어. 

그때부터 나는 팀장이 잘못을 해도 다시 고쳐주지 않고 내버려 두었고, 그 뒤로 팀장도 나에게 그런 일로 화를 내지 않았어. 나는 또한 팀장이 법무 사무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일꾼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냈어. 그런 사람이 어떻게 팀장이 된 걸까? 사람들은 사람의 가치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 작용(주로 다른 사람을 속이고 약자를 괴롭히고 상사에게 아부하는) 능력으로 결정하는 것 같았어.

동료들 역시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어. 그 사람들은 업무 이야기보다는 업무와 관계없는 이야기로 근무시간 대부분을 소비하는 게 좋은 것 같았어. 분명히 일을 하려고 온 사람들인데도 가능한 한 적게 일하려는 게 분명했어.

심지어 동료들은 자기들이 정당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했어. 월급을 받기는 하지만 그 돈은 자기들이 받아야 하는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니까 그래도 된다고 했어. 내가 모두 월급을 다르게 받지만 불평은 누구나 똑같이 한다고 하면서, 이 세상에는 사람이 만족할 만한 월급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니까 그 사람들은 나한테 ‘이상하다.’라고 했어.

사람들이 근무시간에 주로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주제는 1)사생활 이야기 28퍼센트, 2) 친구의 사생활 이야기 16퍼센트, 3) 직장인으로서나 사람으로서 다른 동료가 겪은 실패담 12퍼센트, 4) 관람했거나 읽었거나 직접 참가했던 스포츠 시합 같은 이야기 8퍼센트, 5) 최근에 먹은 음식 이야기 4퍼센트, 6) 기타 이야기 2퍼센트였어. 여기에 일하는 시간 30퍼센트를 더하면 일터에 있는 동안 쓴 시간이 100퍼센트가 돼. 이 비율을 알고 있어야 특정 주제를 이야기할 때 써야 하는 시간을 제대로 배분할 수 있을 거야. 말해야 하는 주제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앞으로 나올 정보들을 참고하면 돼. 

그 며칠 동안 나는 적당히 균형을 맞추면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려고 했지만, 이 일을 수행하는 내 능력에는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게 분명했어. 내가 대화 주제에서 특히 집중해야 하는 요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 예를 들어, 한 번은 한 동료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 없는 동료가 ‘여전히 형편없이 낡은 토요타 코롤라를 몰고 다니는 게 믿어지냐?’라고 물었어. 그 말을 들은 동료들이 모두 웃었지.

사진:  Freepik.com


 하지만 다음 날, 내가 전날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한 동료가 ‘이제 막 형편없는 새 쉐보레 쿨벳을 몰기 시작한 게 믿어지냐?’라고 물었더니, 아무도 웃지 않았어. 내가 전날 밤에 식사를 하는 동안 사용했던(사실은 거짓말이었지만) 접시 모양을 묘사했을 때도, 한 동료는 언제나 문서에 종이 클립을 끼울 때 부적절한 각도로 꽂는다는 사실을 지적했을 때도, 내가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보다 스펙트럼의 적색 부분을 64퍼센트 이상 더 방출한다고 했을 때도 동료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했을 때, 그들도 내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만이 이 시기에 유일하게 나를 위로해준 사실이야. 사람들이 다른 이들 앞에서 남에 관해 언급하고 가정하고 분석하고 해부하면 다른 이들은 그들이 추정한 내용에 대해 정말 그렇다고 맞장구치거나 아니라고 하는 일이 필요가 없다면, 그들이 자기들이 하고 있는 사회적 상호 작용에 관해 그렇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내가 이해하기도 흉내 내기도 힘들었던 건 사람들의 대화만이 아니었어. 사람들의 행동 또한 상당수는 예측하기가 힘들었어. 한 번은 밤에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퇴근했다고 생각했는데 물품 보관실에서 소리가 들렸어(그때 나는 ‘그 망할 녀석이 오후 다섯 시에 1톤이나 되는 업무를 나한테 던져 주지 뭐야.’같은 상황인 척하고 있었어). 두 동료가 물품보관실에서 번식 행위를 하고 있었던 거야.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내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정보에 따르면 그런 행위는 전용 장소가 따로 있었으니까.

사람이 전자 장비를 대하는 태도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어. 사람들은 데스크톱 컴퓨터나 복사기, 스마트폰, 자동차를 포함한 거의 모든 기계 장비에게 소리를 치거나 그것들 때문에 소리를 질렀어. 그건 정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어. 그런 장비를 설계하고 만드는 건 사람이잖아. 그렇다면 불만은 기계가 아니라 그걸 만든 사람에게 터트리는 게 맞는 거 아닐까? 더구나 데스크톱 컴퓨터처럼 단순하고 귀여운 장비한테 사랑스러움 외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어.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사무실 컴퓨터 서버에게 설명해 주려고 애썼어.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도움이 되잖아. 그러니까 나도 내 감정을 말하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아니었어. 사람은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큰 소리로 말하는 동안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바뀌는 게 분명해. 하지만 우리 같은 안드로이드는 그렇지 않은 게 분명했지.

나에게는 아주 이른 인식 초기 단계부터 나를 돕는 문자 메시지가 왔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게 자네에게도 도움이 될 거야. 자네가 받을 지시 사항도 내 것과 같을지, 자네도 그 명령을 수행하면서 나와 똑같은 곤란을 겪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어쩌면 자네는 나보다 상위 버전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를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이미 내가 받았던 문자와 비슷한 문자를 받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두 번째 문자는 내가 3일째 존재했던 오후에 ‘직원회의’를 하고 있을 때 받았어. 법무 사무관 팀장은 어떤 사건 파일이 있는데, 그 파일을 아주 제대로 정리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어. 나는 그 파일을 정리한 사람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때 내 전화기에서 문자 도착 알림 소리가 나더니 ‘내가 정리했다고 말할 것’이라는 문자가 왔어. 그래서 나는 팀장에게 내가 했다고 했지. 내 말에 팀장은 깊은 감명을 받은 것 같았고, 사람 동료들은 내 말에 매혹된 것 같았어. 회의실에서 나오는데 한 동료는 “잘했어. 정말 잘 했어, 토보. 자넨 정말 짐승이야. 알지?”라는 말까지 했다니까. 내가 뭔가 옳은 일을 한 게 분명했어.



나는 사람처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하등하다고 생각하는 생명체로 보이는 일까지 성공한 거야. 나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어떻게 실시간으로 나를 관찰하는지는 알 수 없었어. 어쨌거나 내가 존재하는 내내 그런 문자는 왔어. 내 창조자가 그런 문자를 보낼 리는 없었어. 나를 시험하기로 결정한 사람이 시험에 통과하라고 도와줄 리는 없으니까. 나를 만든 존재가 그렇게 비합리적인 논리를 구사할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내 아버지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문자를 보내는 걸까? 지금도 이 답은 찾지 못했고, 앞으로 60분 안에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하지만 자네라면 찾을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아무리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자가 왔다고 해도 존재하게 된 뒤로 처음 며칠 동안은 내가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어. 나는 창조자가 나에게 지시한 명령을 모두 수행했어. 그가 부여한 시험 내용에 비추어 봤을 때 그렇게 부르는 것이 훨씬 적절할 것 같았기 때문에 창조자를 ‘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하지만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새로웠고 이상했고 불합리했기 때문에 내가 익히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제대로 배울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사람이 되는 시험에 통과하려고 아무리 공을 들이고 노력을 해도 계속해서 실수를 하게 되는 것 같았어. 결국 나는 기계였어. 사람보다 훨씬 단순한 존재인 거지.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나는 절대로 아버지만큼 훌륭해질 수는 없다는 거였어.

더구나 나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어. 며칠이 지나자 내가 쓰는 전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어. 첫날 집에 돌아왔을 때 내 전력은 3.3333퍼센트 감소해 있었어. 아버지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없다면 내 전력은 21일 뒤에는 0이 되어 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내기 전에 전원이 꺼질 수도 있는 거였어.

나는 그런 상황에서 안드레아를 만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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