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아주, 기묘한 날씨 ♬

<아주, 기묘한 날씨>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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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묘한 날씨처럼 기묘한 책”

더굿북의 오디오북, <책 듣는 5분>입니다.
안녕하세요, 더좋은책연구소장 임재영입니다.

책 듣는 5분은 매주 한 권의 새로운 책, 그중에서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책 제목만큼 인상적인 책 한 권을 들고 왔습니다. <아주, 기묘한 날씨>. 책의 크기도 일반 서적보다 큰 매거진 정도의 크기입니다. 책을 열어보면 거의 모든 페이지에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도 많고 글자도 많습니다. 손글씨 같은 폰트와 그림은 페이지마다 똑같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깹니다. 그림 안의 가장 적절한 위치에 글씨가 자리 잡고, 그림은 글이 무엇을 이야기할지 상상하게 합니다. 아주 기묘한 책입니다.

글과 그림이 조화로운 이 책의 저자는 아티스트이자 작가인 로런 데드니스입니다. 파슨스디자인뉴스쿨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녀가 쓴 다른 책들의 제목도 독특합니다. <세기의 소녀, 도리스 이턴 트래비스의 삶에서 100년>이라는 책이 있고요. <방사능과 지그펠드 폴리스의 마지막 살아 있는 별,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처럼 제목이 아주 긴 책도 있습니다. <낙진과 사랑 이야기>는 가장 일반적인 책 제목 같군요.

그녀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2016년 맥아더 펠로 상을 받습니다. 맥아더 펠로 상은 미국 맥아더재단이 1981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미래 잠재력이 큰 인물 20여 명을 선정하여 주는 상으로, 이른바 ‘천재에게 주는 상’으로 불립니다. 그녀는 이 상의 수상 소감에서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나는 모든 페이지가 놀라움으로 가득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 어떤 페이지를 보더라도 아름다운 색감과 새로운 서사에 푹 빠져들 수 있는 그런 책. ‘비주얼 논픽션(visual nonfiction)’으로 불리는 내 작품은 논픽션이면서 동시에 아트 북이다. 나는 사실과 감성이 결합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글로 된 서사, 혹은 그림 하나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감성을 담아낸다.

나는 이야기들을, 역사를 조사한다.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이야기들이 그림과 연결되도록 만든다. 각 페이지의 레이아웃과 표지를 직접 디자인했으며, 작품을 위한 서체도 개발했다. 서체를 작업할 때는 내가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목소리가 시각적으로 구현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염두에 둔다.”

<아주, 기묘한 날씨>는 저자의 최근작입니다. 지구의 크고 작은 기후 변화에 관한 책이죠. 날씨와 전쟁, 날씨와 종교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날씨에 저항해온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날씨가 주는 기쁨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누구라도 화창한 날씨와 시원한 바람이 주는 기쁨에 공감하듯이 말이죠.

책의 원제는 <Thunder and Lightning, 천둥과 번개>입니다. 단조로웠을 법한 책의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기묘함으로 바꾼 것이죠. 날씨에 관해 신비롭고 기괴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책에 그려진 그림의 전반적인 색감과 분위기, 그리고 벼락을 맞고도 죽지 않고 살아 인터뷰한 남자의 이야기처럼 신비롭고 기괴한 이야기에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제목입니다.

추위, 비, 안개 등의 기후 현상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읽을거리가 펼쳐집니다. 다양한 장소와 시대가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은 인공강우를 만들어 북베트남군의 보급로를 차단했다고 합니다. 이때 구름 씨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물리학자의 증언이 등장합니다. 처음엔 인공강우를 만드는 원리를 풀어내지만 곧이어 ‘전쟁 승리를 위해 날씨를 조정하는 것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덜 폭력적인가?’라는 윤리적 고민거리를 던져줍니다.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바다를 헤엄쳐 건넌 예순 살 여성은 헤엄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녀가 몸소 체험한 망망대해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느 모험심 강한 탐험가의 극지방 탐험기는 어떨까요? 한 치 눈앞도 보이지 않는 설원을 홀로 걷는 느낌은 어떨까요. 이외에도 날씨에 관한 과학 지식, 전설이나 역사 이야기, 날씨를 활용한 정치 선전, 영리 활동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문학작품도 소개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같이 있어 산만할 것 같은데 조화롭습니다. 제각기 다른 모양과 재질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추어져 더 빛을 내는 느낌이 듭니다.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이야깃거리를 이질감 없이 엮어내는 작가의 감각이 인상적입니다.

워낙 다양한 이야기가 섞여 있다 보니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그것이야말로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작가의 서술 방식은 그의 개성 강한 일러스트처럼 아주 자유분방합니다. 특정 분야나 형식에 전혀 얽매이지 않습니다. <엘르>는 이 책을 두고 “새로운 서사 장르를 창조했다”는 호평을 내놓은 건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독자들이 내 작품을 볼 때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주제 자체가 다소 어렵더라도. 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감성을 생생히 일깨우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놀라움 혹은 충격까지도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누군가와 만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로서, 내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기도 하는 것으로서 날씨는 아주 특별하고 기묘한 요소입니다. 동남풍을 불게 한 제갈량의 신비로움처럼, 기묘한 날씨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다음 회부터는 우리에게 날씨를 전하는 오수진 캐스터의 목소리로 들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임재영 l 더좋은책연구소 소장, 서평가

“독서는 완전한(full) 사람을, 토론은 준비된(ready) 사람을, 쓰기는 정밀한(exact) 사람을 만든다.”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에 이끌려 독서에 몰입했다. 책을 읽고 비평하며 더 좋은 책을 소개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 서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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