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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0. 2017

02. 시간이 남는 자 = 자본이 ‘있는’ 자?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타임 푸어의 원인 1: 계급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지속적으로 시간 부족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이렇게 만성적으로 시간 부족에 허덕거리며 사는 사람들을 ‘타임 푸어(time poor)’라 한다. 같은 사람인데도 시간이 남는 자와 시간이 부족한 자로 갈리는 첫 경계선은 계급이다. 자본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다.

나는 아침 6시만 되면 회사로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하고 또 저녁 내내 일하고 집에 새벽 1시경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자다가 다시 새벽 6시가 되면 회사로 간다. 매일 이렇게 돌아간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 나도 모른다.

일본의 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고백이다. 당연히, 자본이 없는 자다. 독신자인 듯하다. 10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얼마나 나은가? 물론 일본과 한국 모두 예전에 비해 평균적으로는 노동시간이 꽤 단축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의 압박이나 눈치도 있었고, 더 중요하게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노조와 노동자들의 요구가 부단히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 3,000시간 가깝던 노동시간이 2,000시간대로, 다시 1,800시간대로 줄었다. 한국도 연 2,500시간대를 기록했으나 2004년 주 5일제 도입으로 차츰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2,000시간을 넘는다. 이것도 그나마 공식 수치이지, 실 노동시간은 여전하다.

하지만 자본은 그냥 가만히 있지 않고 전략을 짠다. ‘분할과 지배(divide and rule)’ 전략이다. 분할과 분열을 통해 ‘누가 더 오래, 누가 더 열심히 하는지’ 경쟁을 시키면 노동자끼리 싸운다. ‘자본 대 노동’ 전선이 ‘노동 대 노동’ 전선으로 바뀐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사무관리직과 생산기술직의 분할, 남성과 여성의 분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분할과 민영화,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원청과 하청의 분할,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의 분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따위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재벌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도 힘들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욱 힘들다. 둘 다 삶의 시간은 별로 없고, 노동시간과 ‘충전’ 시간만 있다. 사람이 아니라 휴대전화 배터리 신세다. 기계에 장착되어 에너지를 뽑히거나, 잠시 기계와 분리되어 에너지를 충전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렇게 장착과 탈착을 경험하며 일정한 세월을 보내고 나면, 이제 “소모품이라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며 교체 압박을 받는다. 노조라도 조직해 투쟁을 시작하면 교체 압박은 더 크다. 사람답게 살아야 할 하루 24시간은 과연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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