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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0. 2017

04. 이주 노동자는 일종의 ‘시한부 인생’이다?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타임 푸어의 원인 3: 국적

한국 사회도 1990년대 이후 이주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노동력을 불렀으나 사람이 왔다”는 말처럼 처음에는 이주 노동자만 불렀지만, 시간이 가면서 국제결혼도 늘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 정부 정책도 다문화 가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뀐다. 다문화 가정을 넘어 ‘다문화 사회’라는 담론까지 확산되었다. 물론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이 진정한 다문화 사회인지에 대해서는 심층 논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정책 차원에서는 순수 혈통을 자랑하던 쇼비니즘 경향이 다문화 사회라는 개방적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법무부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1년에 50만 명을 돌파하고 2007년에 100만 명을 넘어선 뒤, 2016년 6월 말 200만 명을 넘어섰고, 7월 말에는 203만 4,878명으로 최고 수준이다. 현재 한국 인구의 약 4퍼센트다. 3개월 이상 장기체류자(외국인 등록·거소 신고자)도 약 150만 명 수준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74퍼센트다. 장기체류자 비율은 2002년까지 40퍼센트대에 불과했지만, 국제결혼이 활성화한 2003년 처음으로 단기체류자를 앞섰고, 2006년부터는 70퍼센트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한국에서 노동을 한다. 과연 이들의 삶의 시간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국내 체류 이주민의 절대다수는 고용허가제 또는 동포방문취업으로 들어온 이주 노동자다. 2016년 7월 현재 55만 명 수준이다. 이들은 8~9만 개 사업장에 흩어져 일하는데, 외국인근로자법에 따라 최대 4년 10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다. 이 기간을 다 채운 뒤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불법체류자로 남거나 영주권을 취득해 정주(定住)하는 이들도 있다. 최대 체류기간 4년 10개월의 이주 노동자는 일종의 ‘시한부 인생’이다. 이 기간에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하기에, 병원 갈 틈도 없이 일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외국인력정책위원회의 「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502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근해·양식·소금채취업 등 어업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 중 72.1퍼센트는 하루 10~11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며, 절반 이상은 한 달에 쉬는 날이 고작 1~2일이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20~130만 원이 47.6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110~120만 원이 24.1퍼센트, 100~110만 원은 7.0퍼센트였다. 80퍼센트 이상이 130만 원 미만을 받았다. 한국에서 농업을 제외한 전 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369만 원에 견줄 때, 어업 분야 이주 노동자는 35.2퍼센트를 받았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 노동자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이들에게는 개인 시간은커녕 휴식시간도 부족하다.

심한 경우 인천 옹진군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처럼 “새벽 4~5시께 조업을 나갔다가 오후 늦게 들어온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3~15시간에 달한다. 이 노동자의 월 급여는 150만 원 수준이고, 잠은 컨테이너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하루 10시간 내외의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한국인 평균 임금의 3분의 1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니 한국 노동계급의 내부 구성상, 대기업 정규직→대기업 비정규직→중소기업 정규직→중소기업 비정규직→이주 노동자 순으로 이주 노동자가 최하층을 차지한다. 계급과 국적이 결합된 질서다.

신자유주의·글로벌 자본주의 환경에서 초국적 기업이나 세계 금융자본은 온 세상을 무대로 이윤을 창출한다. 그 과정에서 세계 노동시장은 노동의 교섭력을 반영한 위계(사다리)를 구성하는데, 자본 계급은 인건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노동계급은 아래에서 위로 이동한다. 그 경계선을 국가(경찰)가 통제하는데 자본에는 관대한 자유를, 노동에는 제한적 자유만 준다. 이제 고급 인력은 상대적으로 후한 대접을 받으나, 저급 인력은 열등 취급을 받는다. 특히 재벌 대기업의 공산품 수출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희생되는 농업이나 중소기업에는 저급 노동력이 위계적으로 배치되어 ‘타임 푸어’의 최저층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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