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벼락을 맞으면 어떻게 될까? ♬

<아주, 기묘한 날씨>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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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관한 신비로운 이야기, 날씨에 담긴 자연의 메시지, 신간 도서 <아주, 기묘한 날씨>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리는 오수진입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을 통해 기묘한 날씨를 만납니다.

스티브 마시번(Steve Marshburn)은 벼락을 맞은 사람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던 1969년에 벼락을 맞았어요. 그때 저는 근무하던 은행에서 금전 출납원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갑자기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폭풍우에서 번개가 번쩍하더니 우리 은행의 창구에 달린 확성기를 강타했어요.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죠.”

“1969년에는 계좌 입금이라는 게 없었어요. 은행에 가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야 했죠. 사람들이 돈을 찾으려면 은행 밖까지 두 줄이나 세 줄씩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던 시절이었죠. 그때 은행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제가 벼락을 맞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벼락은 곧바로 제 등으로 들어왔어요. 그때 나는 다리를 의자의 금속 가로장에 올리고 있었거든요. 벼락이 한 다리로 빠져나갔어요. 그때 금속 금전출납부 도장을 들고 있었어요. 수표에 도장을 찍느라고요. 아무튼, 그 손으로도 벼락이 나갔어요. 빛은 보지 못했어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빛을 봤다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그때 생각했죠. 다시는 아내가 있는 집에 못 갈 거다. 다음 달에 태어나는 우리 아이도 절대로 볼 수 없을 거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들리기는 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왼쪽 뇌가 완전히 터져버린 것 같았어요. 지금은 그게 그을려서 그렇다는 걸 알아요. 머리가 정말 쪼개질 것처럼 아팠어요. 등은 칼로 반 토막을 낸 것처럼 느껴졌고요.”

벼락을 맞는다고 해서 희생자가 증발해버리는 것은 아니다. 벼락을 맞아도 외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부에 ‘번개 꽃’이라고도 하는, 거미줄이 나뭇가지 모양으로 퍼진 것처럼 보이는 ‘리히텐베르크 문양(Lichtenberg figure)’이 남는 사람도 있다. 리히텐베르크 문양의 가는 줄은 전기에너지가 지나간 경로를 나타낸다. 선진국에서는 벼락을 맞아도 90퍼센트 정도는 생존한다. 사망에 이르는 나머지 10퍼센트는 흔히 생각하듯이 벼락에 타서 죽는 것이 아니라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비를 맞거나 땀에 젖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벼락을 맞으면 그 물이 어떻게 될까요? 수증기로 변해요. 만약 완전히 막힌 신발을 신고 있다면, 그러니까 스포츠 양말이랑 나이키 운동화 같은 걸 신고 있는데 비가 오면 양말이 젖을 거예요. 달리다가 땀이 찰 수도 있죠. 아무튼, 그렇게 되면 발에서도 수증기가 생기는 거죠. 소위 ‘증기 폭발’이라고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예요. 물은 수증기가 되면 부피가 500배 이상 커져요. 그럼 신발이 폭발하면서 날아가 버릴 거예요. 신발 안쪽에 있는 양말은 녹아버리겠죠.”

“가장 안쪽에 입는 속옷을 들고 빛을 비춘 채로 쭉 잡아당겨 보세요. 빛 사이로 수많은 솜털이 보일 거예요. 만약에 벼락이 속옷에 치면 솜털은 모두 타버리고 직물조직만 앙상하게 남을 거예요. 간혹 독립기념일에 쏘는 폭죽을 옷 가까이 너무 바짝 대었을 때처럼 작게 그을린 자국도 보일 테고요.”

스티브 마시번이 출간하는 ‘국제 번개 및 전기충격 생존자모임’ 회보에는 생존자가 벼락을 맞던 순간을 기술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미국 프로 농구팀 휴스턴 로키츠의 수석 코치였던 캐럴 도슨(Carroll Dawson)은 1990년에 골프를 치다가 골프 클럽에 떨어진 벼락을 맞았다. 도슨은 “그때 느낀 충격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스티븐 멜빈은 “스테이크를 그릴에 굽는 것처럼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번쩍이는 섬광을 봤다.”라고 했다.

W. J. 키찬스키는 1945년 텍사스 주 미네랄 웰스에서 그의 동료였던 부사관과 함께 벼락에 맞았을 때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라고 했다. 머리에 둥근 불이 보이고 옷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증언하는 사람도 있다. 키찬스키는 넉 달 동안 병원에서 지냈지만, 청력 상실, 관절염, 불면증 같은 벼락을 맞은 뒤에 나타난 여러 증상이 벼락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함께 벼락을 맞은 동료는 숨졌다.

전기와 열 충격은 사람마다 다른 경로를 택해 이동한다. 뇌, 심장 할 것 없이 사람의 장기는 모두 전기와 열 충격이 움직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희생자는 발작, 청력 상실, 시력 상실, 가슴 통증, 구토, 두통, 혼란, 기억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연 발생 증상도 긴 시간 동안 다양하게 나타난다. 극심한 체중 감소를 겪는 환자부터 손이 쑤시거나 근육에 경련이 일거나 기온을 느끼지 못하거나 극도로 갈증이 나거나 일시적으로 마비가 오는 환자도 있고, 임상적으로 판단했을 때 사망했다는 진단을 받는 일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학교 법의학자 라이언 블루먼솔(Ryan Blumenthal) 박사는 뼈가 부러지고 고막이 파열되고 옷이 찢어지고 금속 장신구나 옷에 달린 금속 부속물이 살 안으로 녹아 들어가는 특징을 보이는 번개 외상은 폭탄이 폭발할 때 그 충격파 때문에 입는 외상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번개 외상의 희생자들에게는 유탄 파편처럼 번개가 흩어지면서 남긴, 날카로운 물체에 꽂힌 것 같은 상처도 남는다.

스티브 마시번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살아남은 이유는 모릅니다. 무언가 목적이 있겠죠. 어쩌면 제가 살아남은 이유는 우리 모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모르겠습니다. 나는 폭풍이 칠 때도 두렵지 않습니다. 번개를 보면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우리 회원 가운데는 번개를 보면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어요. 너무 놀라서 돌처럼 굳는 사람도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보면서 즐깁니다. 저는 번개가 아름답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말해줄까요? 번개는 신이 만드신 경이로운 작품입니다.”

벼락에 맞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므로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왠지 자기가 선택되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어떤 희생자는 그 덕분에 유명인이 되기도 하고, 특별히 주목받기도 한다. 개리 조지프 쇼는 포드자동차사 직원이었는데, 1994년에 벼락에 맞은 뒤로 24일 동안 디트로이트의 메트로폴리탄병원에 있는 화상 병동에 누워 있어야 했다. “심장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신경 전문의, 외과 의사 등 여러 명이 매일 나를 보러 왔어요. 나를 자세히 보려고 해부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죠. 마치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된 기분이었어요.”

벼락을 맞기 전, 로리 프록터 윌리엄스는 마약 중독을 비롯한 여러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었다. 로리는 번개가 자기 인생을 바꿨다고 믿는다. “친구들과 가족은 내 인생을 가로막는 또 다른 비극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경험 덕분에 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어요.”




북 큐레이터 |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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