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묘한 날씨>
날씨에 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통해 날씨에 담긴 자연의 메시지를 전하는 신간 도서 <아주, 기묘한 날씨>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리는 오수진입니다. 세 번째 시간에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인 스모그를 만납니다.
악명 높은 런던의 ‘완두콩 수프’는 가정집에서 쓰는 석탄 난로와 공장에서 내뿜는 노란 매연이 동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공기를 만나 생긴 짙은 안개가 며칠 동안 제자리에 머문 스모그 현상이다. 1889년 《뉴욕타임스》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완두콩 수프 안개로 알려진 짙은 노란색 화학물질이 런던을 덮으면 낮도 밤보다 어두워졌다. 완두콩 수프는 교통을 마비시키고, 모든 육상 지표를 지워버렸다. 완두콩 수프는 ‘스펀지로 런던을 완전히 닦아내 버린 것’ 같았다. 런던은 유령의 땅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거대한 유령처럼 돌아다녔고, 모든 소리는 방음장치를 한 것처럼 둔탁하게 윙윙거리는 음을 냈다. 보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이는 것은 아주 적었다. 만지는 곳마다 끈적끈적하게 젖어 있고, 숨을 쉴 때마다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너무나 짙게 깔려 있어서 맛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 화학물질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아무리 꽁꽁 싸매고 나가도 결국 노란 화학물질은 목구멍으로 파고들었다.”
완두콩 수프가 깔릴 때는 범죄율이 급증했다. 《뉴욕타임스》는 1959년에 이런 기사를 냈다. “안개 덕분에 절도범들은 런던 백화점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아주 늦은 밤이면 앞에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므로 절도범들은 자물쇠 두 개를 비틀어 열고 2만 파운드의 물건을 들고 달아났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트럭이 템스 강으로 떨어져 내리거나 기차가 사람을, 자동차를, 다른 기차를 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벗어나 폭발한 적도 있다. 사실 비행기가 충돌한 뒤에 폭발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지만, 구조대가 비행기 위치를 찾아내지 못했다. 안개가 끼는 날이면 구급차는 밖에서 직접 걷는 안내인을 동반해야 했고, 학교는 휴교했다. 장례 행렬이 흩어져 일행을 못 찾는 일이 적어도 한 번은 있었고, 집 안에 있어도 30센티미터 이상은 볼 수 없었다. 극장 관객들도 무대에 오른 배우를 보지 못했다.
1952년 12월 초, 몹시 추웠던 런던에 고기압이 덮쳐 차가운 공기를 그 밑에 가둬버렸다. 너무나도 추웠던 런던 사람들은 석탄을 더 많이 땠고, 공기는 더 오염됐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으므로 스모그는 점점 두꺼워져 지대가 낮은 런던을 덮어버렸다. 그 결과 수천 명이 사망했는데, 희생자는 대부분 연약한 어린아이나 불결한 대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악화한 노인이었다.
4년 뒤인 1956년에 영국의회는 대기오염방지법을 승인했고, 1968년에 두 번째 오염 방지법을 비준했다. 이제 완두콩 수프는 런던의 역사가 되었고. 전설이 되었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테헤란, 뉴델리, 멕시코시티,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도시는 기후와 지형, 자동차, 산업이 공모해 두툼한 더러운 공기를 만들고 있다.
불결한 도시 스모그와 달리 뉴펀들랜드 섬의 안개는 순수하고 깨끗하다. 뉴펀들랜드 섬의 안개는 두 해류가 만나 섞이면서 만들어진다. 차가운 래브라도해류가 실어온 차가운 공기가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실어 나르는 멕시코만류를 만나면 따뜻한 공기 속에 들어 있는 수증기가 응결해서 작은 안개 방울을 만든다.
북 큐레이터 |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