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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2. 2017

05. ‘금수저’는 학습, ‘흙수저’는 노동시간이 길다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타임 푸어의 원인 4: 연령

최근 4년간 60대 이상 노인의 취업 형태를 보니, 정규직은 10명 중 3명 이하다. 70퍼센트 이상이 비정규직 일자리다. 대부분 “허드레 일자리가 많고 임금도 낮고 노동시간도 길어 나이 든 사람들이 더 힘들게 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식으로 초·중학교 시절부터 장시간 학습 노동에 시달린 청소년이 실업계 고등학생이 되어도, 또 인문계 학교의 야간자율학습(대체로 밤 10시까지)을 거쳐 대학생이 되어서도 학습 노동과 알바노동에 시달리며 참된 삶의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 노인이 되어서도 한편으로는 일중독 때문에, 한편으로는 생계비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의 알바 노동을 지속한다. 

어차피 현실이 그렇다면, 차라리 최저임금이라도 대폭 높이는 것이 현실 변화의 지렛대가 될지 모른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민주노총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강조한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을 받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마트 여성 노동자는 매일 8시간을 근무하고도 월급은 140만 원도 안 되며, 학교 야간 경비를 하는 만 76세 노동자는 월급이 130만 원 미만으로 배우자와 함께 빠듯이 살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차별, 노인 빈곤, 가계부채, 자녀 양육 방치, 사회적 고립, 가난의 대물림 등의 사회문제는 낮은 최저임금과 무관하지 않으며, 대개의 저임금 가구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나타난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사회문제 해결의 중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청소년, 청년, 노인 등 나이로 인한 타임 푸어 문제는 따지고 보면 계급 문제와 연결된다. 부모의 계급 또는 경제 사정에 따라 청년들의 시간이 다르게 구성된다. 즉 ‘금수저’는 학습시간이, ‘흙수저’는 노동시간이 더 길다. 

왕성한 노동력을 보유하던 시절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한 이들은 노후에 노동에서 해방되기 쉽지만, 반대로 늘 빠듯한 이들은 65세가 넘어도 여전히 노동시장에 종속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강요되는 가혹한 학습은 노동·자본계급의 일부인 부모가 자본에 유용한 2세대 노동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고령자 알바는 한편으로는 노동력의 탈상품화(화폐 종속성 완화)를 가능케 하는 복지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워킹 푸어가 되는 현실을 말하고, 한편에서는 노동계급으로 산 과거 수십 년간 자기도 모르게 일중독이라는 병을 얻은 결과를 보여주며, 객관적 은퇴 연령을 초월해 임금노동시간을 연장하려는 강박을 드러낸다. 노인들은 고령화로 인한 일자리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자유시간이 주어지고 그것을 향유할 권리까지 주어졌음에도 제도적 결함과 주체적 마비로 자유시간을 향유하지 못하는 비극을 걱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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