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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4. 2017

06. ‘시간 주권’을 회복하라!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2016년 10월 말 이후의 정국은 가히 1979년 박정희 암살 이후의 정국에 비견된다. 새누리당과 최순실, 박근혜로 이어지는 부패 비리정권의 ‘국가 사유화’가 사태의 핵심이며, 그 뒤에는 삼성 등 재벌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왜 우리 모두가 시간 부족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야 하는지 그 단초를 보여준다. 따라서 단순히 직권남용이나 뇌물 혐의로 수사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를 총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진정 자유로운 삶은 자본 종속성과 권력 종속성에서 해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거쳐 노동시장에서 수십 년을 떠돌다 노인 알바까지 해서 마지막 생명력을 소진하고 나면 ‘병원자본’에 종속된다. 이제 사람들은 병원 침상에 누워 생의 마감만 기다린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여러 기억을 더듬으며 소중했던 삶을 애틋하게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의사나 간호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이 마무리 시간조차 병원자본에는 소중한 이윤의 시간이다. 노동계급으로 번 돈을 탈탈 털어 병원자본에 가져다 바치고 떠나야 한다.

최근에는 의사나 간호사에게도 성과연봉제를 시행함으로써 돈벌이를 극대화하려 한다.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에게 얼마나 친절하고 그 아픔을 잘 돌보는지에 따라 성과 측정을 하는 게 아니라, 시간당 환자 처리 건수, 고가 장비를 동원한 의료 검사 횟수, 약 매출 등에 따라 성과가 평가되고 연봉이 책정된다.

의사나 간호사는 점차 타임 푸어로 변한다. 의사나 간호사의 강박적 노동이 환자계급을 최종적으로 수탈하는 이 시간이, 병원자본에게는 일상적 자아실현 과정이다. 이렇게 우리는 노동계급의 2세로 태어나 학생계급에서 노동계급으로, 다시 환자계급으로 옮겨가며 ‘타임 푸어’로 산다. 단계마다 젠더와 국적, 나이에 따라 차별이 추가된다.

이 사태를 어찌할 것인가? 원점에서 재출발해야 한다. 하루 24시간, 평등한 시간을 다시 찾아야 한다. ‘삶의 주권’이나 ‘시간 주권’ 회복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유나 소비를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하는 삶의 구조를 근원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존재와 관계의 기쁨을 누리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모두가 ‘소박한 한량’으로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조건은 당연히도 정치경제의 근본적 재구성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그 핵심은 무한한 이윤이 아니라 인간적 필요를 위한 정치경제·교육문화 구조인데, 그 구체적 방향은 ‘삶의 질 중심 구조 혁신’으로 요약된다. 그 과정에 필요한 핵심 개념은 기본소득,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복지사회, 연대 사회, 마을공동체, 마을 공화국 등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대중적 학습과 토론, 정치적 구현을 위한 사회운동의 활성화가 최종 과제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고립된 개인을 넘어 ‘사회적 개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계급, 젠더, 국적, 나이의 경계를 넘어 ‘다 같은 인간’이 됨으로써 존재의 기쁨, 관계의 가치, 나눔의 의미를 생각할 시간이다. 앞서 말한 ‘소박한 한량’의 꿈을 공유하는 것이 자유와 해방의 첫걸음이다. 과연 우리 자신을 해방할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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