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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4. 2017

01. 흉터를 적게 남기고 싶다면 '이렇게' 해라.

<매력적인 피부 여행>

거의 모든 사람이 여드름, 수두, 사고, 화상 혹은 수술로 인해 생긴 흉터를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 어떤 흉터는 시각적으로 전혀 흉하지 않다. 그러나 어떤 흉터는 눈에 확 띄게 피부가 일그러졌거나 글자 그대로 트라우마로 남아 흉터가 생겼을 당시의 끔찍한 사건을 매일 상기시킨다. 이런 경우 흉터는 아주 큰 짐이다.

흉터는 기저막이 넓게 손상되었을 때 생긴다. 손실된 표피 자리에 열등하고 질긴 대체조직이 채워져 흉터가 되는 것이다. 이제 막 생긴 흉터는 붉은색이다. 그물처럼 혈관이 촘촘히 뻗어 있기 때문인데, 공사 현장의 운송로처럼 혈관을 통해 손상된 부위를 보수할 건축자재가 운송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흉터의 붉은색은 서서히 옅어져 분홍색이 되고, 마침내 공사가 끝나면 하얗고 딱딱하고 뻣뻣해진다. 여기에는 땀샘이나 피지선이 없고, 모낭이나 색소세포도 없다. 그래서 이 부분은 다른 피부와 함께 갈색으로 변하지 않고 하얗고 황량하게 남는다. 그 대신 상처를 확실하게 폐쇄한다.

표피가 긁힌 상처는 유난히 아픈데, 예민한 말초신경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말초신경은 자신의 지역별 사전 경고 시스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해 아주 사소한 일이 벌어져도 더 심각한 일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경고음을 울린다. 이런 상처는 흉터 없이 잘 아문다.

하지만 아주 깊이 긁혀 상처에 피가 방울방울 맺히면, 완전히 깨끗하게 아물지 않는다. 기저막에 작은 구멍들이 났고, 진피에 있는 혈관까지 긁혔기 때문이다. 기저막의 손실이 클수록 흉터가 남을 확률은 높아진다. 기저막에 크고 깊게 구멍이 생기면 표피가 벗어진다. 기저막까지 손실되면 흉터는 교회의 ‘아멘’만큼 확실히 뒤따른다. 수술을 받았다면 흉터가 남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외과 의사가 메스로 기저막까지 깊게 절개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흉터 유형


1. 보통 흉터 



2. 비대해진 흉터



3. 켈로이드(흉터종)

흉터는 고난을 동반한다. 우선 외적으로 눈에 확 띄고, 관절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가렵거나 아프고, 오그라들거나 뻣뻣해진다. 어떤 흉터는 심지어 종기처럼 두툼하게 부어오른다. 그런 입체적 흉터를 피부과 의사들은 ‘비대해진’ 흉터라고 부른다.

비대해진 흉터가 계속 커져서 원래 상처보다 더 커지면 이것을 ‘켈로이드(keloid)’ 혹은 흉터종이라고 부른다. 켈로이드는 비록 악성 종양이 아니지만, 신경섬유가 퍼져 있고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붉게 부풀어 오르거나 곪고 때때로 가렵다. 흉터 내부에서는 분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특정한 섬유 종류가 과잉 생산된다. 말하자면 판매 가능성이 없는 대량 생산인 셈이다. 과도하게 열성적이고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강박 때문에 필요 없는데도 굳이 일을 찾아서 하는 염증전달물질이 이 모든 것을 조종한다. 아무튼 켈로이드는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연은 아주 괴상하게 흉터를 만든다. 이를테면 귀를 뚫은 자리에 붉은 술 장식을 빼곡하게 채운다. 이런 흉터종은 화상 자리에, 심한 여드름에, 그리고 특히 여자들의 가슴에 잘 생긴다. 가슴의 경우, 중력 때문에 상처 주변이 계속 아래로 당겨지고 이것이 흉터를 자극한다. 움직일 때마다 당겨지는 관절이나 돌출 부위의 흉터도 마찬가지다. 상처 치료를 담당하는 조직은 다른 신체 부위보다 이곳에서 수천 수백 배는 더 바쁘게 일한다.

다친 뒤에 가급적 흉터를 적게 남기고 싶다면, 출혈이 멎은 뒤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실리콘 크림을 바르거나 실리콘 밴드를 붙여라. 흉터 조직은 실리콘을 이미 치료된 층이라고 여기고 안심한다. 통기성 좋은 실리콘이 흉터 조직의 수분 저장을 도우며 비위를 맞춰주기 때문이다.

흉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뒤에는 마사지가 도움이 된다. 특히 관절 부위의 흉터가 수축하지 않게 막을 수 있다. 마사지하기에 좋은 시기는 상처가 생긴 후 대략 4주 정도 뒤다. 마지막으로 하얗게 남은 흉터는 살색 문신으로 덮을 수 있다.

고집이 센 켈로이드의 경우, 의사들은 흉터를 축소시키기 위해 압박쿠션이나 트리암시놀론 스테로이드 주사를 처방한다. 레이저, 열침, 냉동치료(영하 196도까지)를 이용하거나, 심지어 약한 엑스선을 쬐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것이든 결코 가벼운 처치는 아니다. 수술 뒤에 생긴 켈로이드라면 재수술은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개는 켈로이드가 에일리언처럼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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