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호주는 느리다?

<나는 호주의 행복한 버스 드라이버>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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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정도가 아니라 ‘매우’ 느리다. 중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통상적이고 일상적인 일에서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반면 긴급한(Urgent) 상황, 소위 비상사태에는 모든 전력을 투입하는 신속함과 그 해결 능력을 보여준다. 도로공사만 해도 그렇다. 한국 같으면 보름 만에 완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을 몇 개월에 걸쳐 공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버스 운전사로서 속이 터진다. 공사로 인하여 우회하거나 지체되는 통에 버스 운행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한국인인 나의 기준이며 판단일 뿐, 정작 호주인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모든 공사들은 시행 전 지역자치구(Council)를 통하여 시민 대표자들로부터 공사의 필요성과 타당성, 예산 심의를 검증받은 후 정부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은 아무리 장기적인 공사여서 불편을 주더라도, 그 공사가 시민의 편의를 위하여 장기적으로 꼭 필요할 것이라는 사전 인식을 하고 있다. 또한 공사장의 인부들은 대부분이 지역별 구청(Council) 소속의 공무원들이다. 그들은 전혀 공사의 속도에 관심이 없다. 속도보다는 안전사고와 관련된 모든 규정의 절차에 따라 공사를 진행한다. 결국 한국인의 기준으로 볼 때는 그 속도가 무척 느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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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공으로 나가기 전, 공사장에서 일하기 위해 안전교육 이수증(White Card)을 발급받아야 하는 교육 과정이 있었다. 그 안전교육 과정의 일반적 규정은 1900년 초부터 보완(Up Date)되어오고 있다고 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정을 신설하여 통합 규정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이 100년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호주를 매우 느린 나라로 느끼게 한다. 사람들이 느린 것이 아니라, 느림의 모습 속에 안전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과 원칙들이 존재한다. 한국의 모습과 대조되는 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분명 빠름의 미학도 있겠으나 그 대가가 너무 크지 않은가?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도 없이 처리되는 부실공사,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한국의 안전사고와는 달리, 느리지만 하자 없는 완벽한 공사와 철저한 안전사고 규정에 따른 절차를 최우선으로 하는 호주. 한국인인 나로서는 호주의 느린 처리들에 답답해하면서도, 한국의 빠름과 호주의 느림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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