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당신은 피부 노화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매력적인 피부 여행>
노인의 피부에는 얼룩얼룩한 반점이 많다. 얼굴, 목, 손등, 팔처럼 햇볕에 노출되는 부위에 연갈색 반점들이 퍼져있다. 실핏줄이 비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노인의 피부는 푸석푸석하고 주름이 늘어지며 얇아서 쉽게 갈라지고 피가 잘 난다.
노년에는 피지선의 활동이 크게 저하되거나 중단된다. 그래서 윤기가 사라지고, 피부보호벽의 기능이 저하되며, 수분 결합력 역시 약해진다. 수분을 유지해주는 히알루론산 (hyaluronic acid) 같은 신체 고유 물질도 급격히 감소한다. 그 결과, 피부는 탄력, 윤기, 수분을 잃고 전체적으로 아래로 처진다. 화장품 광고가 노래하듯, 노인의 피부는 ‘요구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화장품 회사가 그런 ‘성숙한 피부’를 위한 크림을 열심히 소개하는 것이다. 이런 크림은 보통 유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서 몇 시간 동안 각질층을 살짝 팽팽하게 해주지만, 젊었을 때 바르는 안티에이징크림이 노화를 막지 못하는 것처럼 당연히 젊음을 돌려주진 않는다. 주름섬유조직은 이런 크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지하 2층에서 느긋하게 자리를 지킨다.
화장품 산업의 충성스러운 고객은 주로 여성들인데, 피부 노화를 극적으로 겪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노화를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 여성들은 폐경기에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특히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최저치에 도달할 때 큰 변화가 나타난다. 폐경기에 접어든 첫 5년 동안 콜라겐 함유량이 30퍼센트까지 줄어들 정도다.
불공평하게도 남성들은 오랫동안 호르몬 수치가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운동을 열심히 하는 날씬한 남자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오랫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 지방이 쌓이고 뚱뚱한 배와 얇은 다리를 갖게 된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배뿐만 아니라 음부도 뚱뚱해진다. 호르몬 변화로 인해 정말로 혹은 시각적으로 음경이 작아지고 가슴이 커지는 것이다.
결합조직이 느슨해지면서 얼굴의 모공이 커지고 몇몇 피지선이 증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얼굴에 피지선종기가 생기기도 하고, 코 양옆에 굵은 보라색 혈관이 보이는 이른바 ‘주먹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뒷목의 피부가 두꺼워지고 종종 마름모꼴 선들이 생기는데, 이것을 흔히 ‘농부 피부’라고 한다.
남자들 역시 햇볕에 의한 손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커다란 블랙헤드가 생기거나, 젊었을 때 이따금 보라색 키스 멍이 생기던 그 자리에 갈색, 흰색, 붉은색 반점이 얼룩덜룩하게 생긴다. 목에 생기는 이런 반점들은 대부분 약을 바르면 서서히 옅어진다. 머리가 길면 이 부위에 거의 햇볕을 받지 않지만, 머리가 짧으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50대 이상 남자들을 한번 자세히 살펴보라. 틀림없이 목에서 홍반을 몇 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름은 탄력과 지방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이지만, 탄력 감소와 표정이 악의적 동맹을 맺은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는 표정근육으로 격분, 교활, 슬픔, 환희 등 감정을 표현한다. 피부 탄력이 떨어질수록 표정 주름은 더 진하게 보인다. 보톡스(botox)로 이런 주름을 없앨 수 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물을 많이 마신다고 노화가 방지되는 건 아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조직에만 수분이 많아질 뿐, 느슨해진 섬유의 탄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수분이 빠지면 금세 다시 쪼그라든다.
또한 노인들은 면역 체계가 약해지면서 대상포진, 손발톱 무좀 같은 질환에 쉽게 감염된다.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손발의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수년 동안 방치한 정맥류가 정맥궤양으로 발달할 수도 있다. 노인의 목, 겨드랑이, 몸통에는 ‘노인성 혈관종’과 ‘노인성 사마귀’ 같은 온갖 종류의 사마귀와 혹들이 서식한다. 특히 얼굴과 목처럼 햇볕에 많이 노출되는 ‘신체 테라스’에는 피부암 혹은 피부암으로 변이할 수 있는 반점들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도 있다. 가령 현명해지고, 삶의 기쁨을 알게 되고, 경험이 많아지고, 바라건대 앞으로도 계속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 이것들 중 아무것도 해당되는 게 없다면, 정말로 노화를 괴로운 일, 어쩌면 더 나아가 절망적인 일로 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