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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1. 2017

07. 모기가 우리에게 달려드는 이유?

<맥력적인 피부 여행>

여름이 오면 우리는 피부에 붉게 부어오른 가려운 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모기들이 자꾸 달려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모기들은 어떤 사람은 계속 물고, 어떤 사람은 그냥 내버려두는 걸까? 약 20퍼센트의 사람이 자석처럼 모기를 끌어당긴다.


우리를 무는 모기는 모두 암컷이다. 암컷 모기들은 알을 낳기 위해서 우리의 피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철분이 필요하다. 암컷 모기는 사실 꿀과 달콤한 식물즙만 있으면 아주 잘 살아갈 수 있는데, 오로지 자손을 위해 평소 식습관에 맞지 않는 특별식, 즉 인간이나 동물의 피를 먹는다. 어미 모기는 피를 얻기 위해 진피에 있는 모세혈관을 정확히 찌른다. 한 번 찌르면 0.001~0.01밀리리터의 피를 빨아들인다.

모기의 침은 마취제(몰래 찌를 수 있게), 혈액 희석제(혈액 응고로 구멍이 막히지 않게), 혈관 확장제(더 많은 피를 빨아들이기 위해), 그리고 효소와 단백질로 구성된 절묘한 칵테일이다. 효소와 단백질은 모기의 침 칵테일이 사람과 동물의 조직에 잘 퍼지게 돕고, 소독 효과도 있다. 우리 신체는 모기의 침에서 나온 이물질에 대한 반응으로 진피의 비만세포에서 가려움증 전달물질인 히스타민을 분비한다. 모기의 침에 소독물질이 있더라도 모기가 문 곳을 긁으면 당연히 박테리아에 감염된다. 긁을 때 피부보호벽이 손상되고 피부균이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무튼 모기는 자기가 선호하는 피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땀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먹잇감을 좋아한다. 인간의 땀은 피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어 고유한 체취를 만들어낸다. 젖산, 암모니아, 요산, 지방산의 특정한 혼합물은 모기들을 강하게 유혹한다. 탐욕스러운 모기들에게 발 냄새보다 더 매혹적인 것은 없다. 모기들은 풍부하고 다양한 피부 박테리아 동물원에 매혹되어 치즈 썩는 냄새가 나는 발로 날아든다. 그래서 탄자니아에서는 악취 나는 양말을 현관문과 창문에 걸어 말라리아모기를 유인한다. 발 냄새와 모기의 관계를 잘 아는 과학자들은 실제로 ‘발 냄새 향수’로 모기 함정을 만들어 말라리아의 확산을 줄인다.

인간의 체취는 수많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성분이 모기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땀 냄새 외에 유전자도 한몫하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모기들은 운동할 때 내쉬는 이산화탄소를 아주 좋아한다. 50미터 밖에서도 이런 냄새를 맡고 서둘러 날아온다. 향수, 섬유유연제, 바디로션과 샤워젤의 향 역시 모기들을 끌어들인다. 모기는 특히 O형 혈액을 좋아한다. 그래서 혈액형이 O형인 사람들이 모기에게 잘 물리는 것이다. 흔히들 ‘달콤한 피’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혈액형 때문이다. 반면 A형 혈액은 별로 인기가 없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이 피부 표면에서 자신의 혈액형을 모기에게 폭로하는 화학신호를 만든다.

요컨대 모기들은 혈액형이 O형이고, 발 냄새가 나고, 에프터셰이브 향이 나고, 땀을 많이 흘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운동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미식가 모기들을 유혹하는 최고의 파라다이스는 역시 운동하는 임산부인데, 체온이 높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쉬기 때문이다.

당신의 몸을 모기에게 ‘맘껏 먹는 뷔페’로 제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에칠톨루아미드(diethyltoluamide), DEET와 이카리딘(Icaridin)은 모기와 살인진드기를 여섯 시간까지 방어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화학기피제다. 그러나 DEET는 점막과 신경계를 자극하기 때문에 어린이와 임산부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카리딘은 비록 덜 공격적이지만 역시 화학제품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애석하게도 천연물질 역시 아주 좋은 대안은 아니다. 화학합성물질만큼 효력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연물질은 금세 휘발되어 두 시간마다 다시 뿌리거나 발라야 한다. 코코넛오일과 시트로넬올 같은 식물성 추출액, 티트리오일, 라벤더, 유칼립투스, 정향, 제라늄, 삼나무, 바질, 마늘, 페퍼민트 같은 천연물질들은 역겨운 냄새로 모기를 쫓아내지만 사람의 코에도 역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독성은 없다. 그렇다고 천연물질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안 것이다. 이런 천연향 물질은 부분적으로 접촉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긴 옷과 모기장 같은 물리적인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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