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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0. 2017

03.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사랑의 온도>

중세 독일 남부의 바바리아 제국에 독일 황제의 군대가 쳐들어왔다. 황제 콘라드 3세와 그의 동생 프리드리히 군대가 바인스베르크 성을 겹겹이 에워쌌다. 바바리아의 볼프 공작은 성안에 꼼짝없이 갇혔다. 포위가 오래 계속되자 성안에는 식량과 물이 떨어졌다. 볼프는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말을 탄 사자가 오가고, 드디어 항복을 위한 협상이 시작되었다. 볼프 공작은 항복문서를 작성하면서 특별한 조건을 내세웠다.

“여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고, 그들이 팔에 안고 나갈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허락해주십시오.”

콘라드 황제는 요구 조건을 수용하고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항복이 선포되고 성문이 열리자 여인들이 먼저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황제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여인들이 모두 자신들의 남편을 등에 업고 나온 것이었다. 적군의 보복으로부터 남편을 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미혼의 여인은 아버지나 남동생을 업고 나왔다. 값비싼 금이나 보석 따위를 안고 나올 줄 알았던 황제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황제의 눈가엔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 황제는 바바리아 제국과 훨씬 좋은 조건으로 평화조약을 맺었다. 바인스베르크 성의 여인과 남편들은 그날 밤 황제의 파티에도 초대되었다. 승전 파티가 승자와 패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로 변한 것이다. 그 후 사람들은 성이 있었던 언덕을 ‘여인의 충심’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간혹 잊고 산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은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라 그 반지를 끼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사랑의 증표인 결혼반지를 끼는 손가락은 왼손 약지이다. 고대 로마 사람들이 이 손가락에서 나오는 정맥이 심장과 연결된 것으로 믿으면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그곳에 반지를 끼면 심장의 박동이 멈추는 그날까지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잊지 말라. 우리가 기억할 것은 반지가 아니라 사랑이 샘솟는 심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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