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한국의 신흥 부자들>
그녀는 미혼으로 어머님의 병수발을 하는 효녀이다. 통 크고 화통한 그녀는 오지랖으로 통한다.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다.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다방면으로 아는 것도 많다. 알고 있는 정보는 주변과 나누는 성격이다. 특히 재테크와 부동산 투자에는 일가견이 있다. 본인 것뿐만 아니라 지인들의 부동산까지 분석해주고 같이 임장까지 간다. 그녀도 어려운 시절을 지나왔기에 누구보다 후배들을 더욱 챙긴다. 밥을 사주면서까지 재테크 상담부터 종잣돈을 모아서 거주할 집은 하나 장만해서 결혼하라고 조언해준다.
몇 해 전 부동산 폭락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믿고 싶었을 것이다. 나와는 해당사항이 안 되어도 대다수 그렇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날은 그녀와 해외로 3년 정도 나가는 후배와 점심을 먹었다. 후배는 집에 대하여 고민을 상담했다. 폭락한다는데 팔고 가는 것이 좋은지 전세를 놓고 가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했다. 그럴 것이 그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고 혼수를 대신해서 대출을 포함하여 집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집은 거주 이상의 전 재산인 개념이다. 만약에 폭락한다면 손해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심리적인 이중고를 겪기 때문이다.
심지어 후배의 주변에서는 “팔고 가라”가 대세론이라고 했다. 그녀는 쿨하게 대답했다. 안 보아도 안다. 주변에는 비슷한 30대 중반일 것이고 자가 소유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럴 때 부동산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그녀도 그랬기 때문에 그걸 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에게는 물어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중요한 것을 왜 전문가에게 물어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까운 공인중개사에 가보았냐고 물었다. 전문가 카페도 많은데 상담해보았냐고 물었다. 후배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했단다. 그리고 한 채는 필수라고 했다. 폭락하던 안 하던 거주할 공간은 필요하다. 3년 금방 간다. 폭락하면 속상하고 담보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맞지만 투자의 목적이 아니었다면 세금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돌아올 때 가족이 늘어서 올 텐데 거주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부담 될 것 같다고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오히려 추가 구입하라고 했다. 어리둥절한 후배에게 그녀는 말했다. 지금 거주하는 곳은 전세를 놓고 그 자금으로 같은 곳 작은 평수를 구입하라고 했다. 거기서 나오는 월세로 대출이자를 상환하면 된다. 그녀는 향후 부동산은 폭등은 없어도 폭락도 없을 거로 본다고 했다. 차별화 지역은 생긴다고 했다. 후배는 그렇게 하고 해외로 떠났다. 역시 폭락은커녕 꾸준히 상승했다. 심지어 반전세 시장으로 전환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 당시 폭락론을 외쳤던 전문가의 말을 듣고 집을 처분했다면 그 후배의 부담은 커졌을 것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예측은 틀릴 수 있다.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안 하고도 각자 개인의 몫인 것이다.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각자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부동산이 거주의 목적으로 한 채가 있다면 오르건 내리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오르면 당장 차익이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감안해서 소비를 한다며 그녀는 안타깝다고 했다.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앞으로 부동산을 구입할 때에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알아보고 대다수가 아니라고 할 때 들어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날 점심은 그 후배에게 청개구리 정신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3년은 금방 갔다. 그 이후로 후배는 부동산뿐만이 아니라 생활의 모든 면에서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그 후배의 친구들도 자가소유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나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5년 후, 10년 후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럼 반대로 나로 인해서 나의 주변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지랖 효녀 그녀가 그런 존재이다. 그녀의 투자는 항상 청개구리 같다. 남들이 빠져나올 때가 시작할 때라고 한다. 안 된다고 할 때가 시작할 때라고 한다. 그리고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모두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 와 닿는다.
젊은 시절 그녀도 남들 따라 재테크를 하다 크게 손해를 보았다. 그녀에게 반전의 기회가 온 것은 뜻밖의 계기였다. 그녀는 풀리지 않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시골에 계시는 홀어머니도 온전히 그녀가 부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를 뵈러 가는 기차 안에서 허름한 차림의 옆자리 어르신에게 아버지가 생각나 달걀과 사이다를 건네면서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그분이 강남에 빌딩을 3채나 소유한 부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그녀의 현실이 딱했던지 찾아오라고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강남에 갈 일이 있어서 찾아갔단다. 건물에서 일하시는 분인 줄 알았다. 그런데 건물주라는 말에 그녀는 놀랐다. 그리고 그때부터 인연이 되었다. 맨손으로 올라와 건물주가 된 때에는 비결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수시로 뵈러 갔다.
어느 날 불러서 갔다. 골목에 작은 빌딩이 나왔는데 구입하라고 하셨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도 않거니와 경제적인 여건도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은 시세보다 싸고 기회이니 잡으라고 하셨다. 어머니 모시고 와서 세받아 먹고 살라고 하셨다. 우선 빌려줄 테니 갚으라고 하시며 자금도 빌려주셨다. 그 은혜는 평생 갚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리고 2년 후 서초동에 삼성타운이 들어선다는 발표가 났다. 드라마에서나 들었던 이야기이다. 그녀는 그 이후로 주변에 나누며 살고 있다. 가족 이상의 관계가 많다. 나도 그녀에게 조건 없는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그녀가 나에게 한 말은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청개구리 투자를 계속하였다. 단 무조건 아무 곳에나 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시세를 보고 현재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면 하락하는 부동산도 과감하게 구입한다. 돈이 많아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주변의 질문에 그녀는 오랜 시간 현장에서 터득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촉이라고 한다. 촉이라고 설명했을 뿐이지 결코 우연한 촉은 아니다. 무림의 고수에게서나 나옴 직한 내공이다.
그녀와 만나는 시간이 참 좋다. 부자라서 좋은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준다. 그녀는 청개구리 정신으로 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정신은 재산에 대해서도 똑같다. 나중에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가겠다고 한다.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청개구리는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