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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31. 2017

04.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_세네카

<처음 만난 철학>

우리는 짧은 인생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생을 단축시키고 있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중에서

충실한 인생을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_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기원전 4~65년)

중국 남송의 사상가 주희(朱熹)가 쓴 한시 중에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少年易老學難成)’라는 구절이 있다. 세월은 쏜살같이 흐르지만 학문을 닦기는 어렵다. 그러니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지 말고 학문에 힘쓰라는 뜻이다. 유학의 일파인 주자학을 창시한 주희가 학문을 대하는 자세가 잘 드러난 말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주희와 마찬가지로 철학과 문예 양쪽에서 활약한 사상가로 로마제국 시대의 철학자 세네카가 있다. 제5대 로마 황제 네로의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네로의 통치 초창기에는 조언가로 활약했지만, 결국 네로에게 자살을 명받고 생을 마친다.

이 작품은 세네카의 『도덕서한』에 실린 수필이다. 서기 50년을 전후로 한 당시 로마에서 양곡 조달관으로 일하던 세네카의 친척 파울리누스에게 보낸 글이라고 알려져 있다.

스토아 학파의 철학에는 우리가 철학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일반적인 인상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예를 들면 동요하지 말고 침착하기, 욕망에 휩쓸리지 말고 금욕하기, 실생활보다 관상(진리 그 자체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을 중시하기 같은 것들이다. 이는 로마제국처럼 사회 질서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고, 사람들의 욕망이 해방되면서 기존의 관습적인 윤리가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반동으로 나타나는 전형적 사고방식이다.

이 작품에 드러난 세네카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철학이라기보다 오히려 설교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사용 방법을 알면 인생은 길어진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인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세네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보자.

철학의 세계에서는 시간에 관한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시간이 균등하며 계측할 수 있는 양(量)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순수한 질(質)이라는 의견도 있다. 1시간, 1분, 1초……. 이렇게 시간을 계속 잘게 쪼개다 보면 ‘현재’는 소멸하고 만다는 아리송한 사고방식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평준화된 시간과 욕망에 따라 발현되는 시간으로 구분해서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1초는 누구에게나 1초, 1시간은 누구에게나 1시간, 1년은 누구에게나 1년이다. 이런 공통성이 있기에 우리는 약속 시간을 맞출 수 있고, 컵라면을 알맞게 익혀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한편 시간은 우리의 욕망에 따라 가치를 갖는다는 측면도 있다. 하기 싫은 일에 들이는 1시간과 연인과 데이트하는 1시간의 길이는 같지만,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세네카의 논의도 기본적으로는 이런 시간의 혼동에 대한 것이다.

“인생 자체가 짧다는 생각은 틀렸다. 인생은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유용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짧은 인생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생을 단축시키고 있다.”

세네카는 이 깨달음이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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