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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31. 2017

02. 쾌락의 정원의 왼쪽 패널 낙원_히에로니무스 보스

<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500-1505년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

<쾌락의 정원> 중앙 부분 


A: 이 그림은 16세기 플랑드르 회화의 걸작으로, 현대의 초현실주의 회화와도 통하는 점이 있는 이상한 그림입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스페인 회화를 제외한 그림 중에서는 가장 감격한 그림으로 몇 번이나 보았어요. 순진했던 인간이 쾌락을 알고 여러 가지 나쁜 짓을 해서 벌을 받는 장면입니다. 미술관에서 볼 때는 그림의 여러 장면을 보기에 바빠서 동물은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그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 그림에서 동물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더군요.

B: 맞아요. 먼저 왼쪽 패널 <낙원>을 보면 이상하게 생긴 탑과 기린, 코끼리가 있는 사파리 같은 장소에서 신이 이브를 창조하여 아담에게 소개합니다. 앞에 있는 호수에서 기어 나온 개구리는 백로 같은 새에게 먹히고 있습니다. 그림 왼쪽 나무 밑에는 쥐를 문 고양이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낙원> 유화, 패널, 220×97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A: 이 고양이는 몸이 가늘고 반점이 있으니 살쾡이일까요? 아직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의 본능을 드러낸 ‘고양잇과’의 느낌이네요. 그렇지만 나쁜 느낌은 없습니다. 생존 경쟁은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고양이의 임무는 쥐를 잡는 것이니까요.

B: <쾌락의 정원>의 중앙 패널을 보면 호수 주위를 말과 소, 낙타와 함께 큰 고양이 같은 동물들이 인간을 태우고 달리고 있습니다.

A: 인간이 타고 있는 큰 동물은 사자나 표범일까요? 고양잇과임은 틀림없지만 ‘동물을 타고 달린다’는 도상은 성적인 쾌락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탄 동물 중에는 고양잇과 동물도 있네요. 사육된다는 의미지요. 오른쪽 패널<지옥>에 고양이 같은 동물이 있나요?

B: 고양이 얼굴처럼 생긴 괴물은 있지만 고양이는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A: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쾌락의 정원>의 중앙 패널에서 인공적인 문명이 인간을 타락시키듯 동물의 순수한 세계도 인간의 사육으로 괴물처럼 변한다는, 일종의 역유토피아 사상을 표현합니다. 즉 화가는 인간이 애완용이나 목적을 가지고 키운 새나 동물에게 ‘지옥에서는 말이야’, ‘사후 세계에서는 말이야’라고 속여온 것과 정반대의 세계를 오른쪽 패널 <지옥>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연간 14만 마리의 고양이와 5만 마리의 개가 버려지고 살처분되는 일본에서는 직시하기 어려운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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