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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31. 2017

05. 시간은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

<처음 만난 철학>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_세네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시간을 잘 활용하고 삶의 길이를 실감할 수 있을까. 세네카는 일에 쫓기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고 설명한다.


“바쁘게 산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오래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는 그저 존재했을 뿐이다. 마치 폭풍우를 만나 같은 바다를 맴도는 배처럼 오랫동안 농락당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노화는 갑자기 찾아와 그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매일 노동에 쫓기는 한, 진정 해야 하는 일을 마주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일반 직장인들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일이 있어도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정기적인 회의, 잡무에 쫓겨 좀처럼 여유가 나지 않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다만, 세네카가 이야기하는 일이란 이런 세속적 활동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세네카는 파울리누스에게 양곡 조달관 일을 당장 그만두고 건강할 때 ‘더 위대한 일’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신은 어떤 본질, 어떤 쾌락, 어떤 상태, 어떤 형체를 가졌는가, 어떤 사건이 당신의 영혼을 기다리고 있는가, 육체에서 해방된 우리를 자연은 어디에 모아두는가, (중략) 그 밖에도 계속되는 무한의 신비로 찬 모든 문제다. 그대는 당장 세속을 떠나 앞서 이야기한 문제에 마음을 돌리고 싶지 않은가. 지금 몸에 따듯한 피가 흐를 때, 기운을 차리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쁜 사람일수록 인생은 짧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산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명예나 재산을 쫓으며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정말 집중해야 할 문제에 시간을 써야 한다고 파울리누스에게 설교했다.


충실한 인생을 위한 조건

오늘날에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든 자유이며, 누구든 ‘위대한 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여길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전제로 오히려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겠다. 세네카는 여기서 우리가 충실한 인생을 보내기 위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이다.

순간적인 쾌락만을 중시하는 삶이 충실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철학적 사색을 위대한 일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말이지만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깨닫고 그것을 착실히 하다 보면 인생이 짧다고 한탄하지 않고 충실한 인생을 보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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