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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1. 2017

03. 아라크네 신화_디에고 벨라스케스

<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657년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

유화, 캔버스, 127×107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A: 드디어 유명 화가의 등장입니다. 스페인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벨라스케스의 작품이네요. 만년의 대표작인 이 그림에는 바닥에 큰 고양이가 깊은 잠을 자고 있군요.

B: 귀를 세운 모습을 보면 자는 게 아니라 눈을 감고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이 도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A: 이 그림에 대해서는 스페인 미술사 권위자인 오다카 야스지로 교수의 명해설이 있지만, 고양이에 대한 해설은 부족한 후배인 내가 해보지요. 회화의 전경에는 직물 공장에서 양모로 실을 잣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왼쪽에는 노파로 변신한 기예의 여신 아테나, 오른쪽에는 직물의 명인인 아라크네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의 후경에는 아라크네가 완성한 타피스트리 <주피터와 유로파>가 걸려 있어요. 즉 전경은 앞에서 본성을 드러낸 여신 아테나의 질투와 분노로 인해 아라크네가 영원히 실로 둥지를 짓는 거미로 변신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B: 그러니까 전경과 후경의 의미가 이어진 그림이네요.

A: 맞아요. 고양이는 털실뭉치가 굴러다니는 바닥 왼쪽, 노파의 다리 밑에 있지만 아라크네에게는 다가가지 않습니다. 이 점이 문제 같아요.


B: 그렇다면 고양이는 노파로 변신한 여신 아테나의 고양이일 수도 있겠네요.

A: 그래요. 고양이가 있는 위치는 구도적으로도 전경과 후경이 이어지는 중요 포인트예요. 오른쪽으로는 아라크네가 일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고양이는 거미 같은 벌레를 먹지요?

B: 요즘 고양이들은 맛있는 통조림이 있어 벌레를 먹지는 않지만, 장난으로 발톱을 세워 벌레를 죽이는 일은 많아요.

A: 그렇군요. 나는 이 고양이를 직물 공장 노동자의 애완용이거나 쥐 잡기용으로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화가는 아테나가 아라크네를 거미로 변신시키는 과정의 감시역이나 더 무서운 역할을 맡긴 것 같기도 합니다.

B: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고양이에게 암살자 역할을 맡기는 것은 불쌍한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고양이가 단순히 화면의 액세서리가 아닌 미스테리한 존재인 것은 기쁘네요. 특히 이런 명화에 등장하는 동물 중에서 미스테리를 가진 존재로는 고양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반가운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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