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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2. 2017

06. 인간이란 무엇인가?_흄

<처음 만난 철학>

어떤 원인이 우리에게 물체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지 묻는 것은 상관없지만, 물체가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_『인간이란 무엇인가』중에서

모든 인식은 지각의 묶음이다_데이비드 흄(1711~1776년)

흄은 로크와 마찬가지로 경험론을 대표하는 철학자다. 흄은 대학생 시절 로크의 사상을 접하고 큰 영향을 받았다. 이 책에서 흄은 로크가 창시한 경험론을 그보다 더 철저히 탐구했다.

이 책을 썼을 당시 흄은 무명의 청년이었다. 원고를 완성한 흄은 런던에서 출판사를 찾아다녔지만 좀처럼 책을 내주겠다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겨우 출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제1편과 제2편은 묵살되어 이것이 자신의 저작이라는 사실을 평생 부인했다(이 책에 흄은 저자명을 표기하지 않았다).

이 책이 묵살된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의 논의가 너무나 철저하여 당시의 상식으로는 전혀 받아들여질 만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흄은 이 책에서 인과성을 부정하고 어떤 인식도 지각 경험을 초월하여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근본 원리에서 추론하여 세계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다는 합리론의 태도를 흄은 로크보다 훨씬 철저히 비판했다.


왜 우리는 삼각형을 삼각형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흄이 인식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흄은 지각을 ‘인상’과 ‘관념’, 두 종류로 나눈다.

인상은 ‘감각’의 인상과 ‘반성’의 인상,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알려지지 않은 원인으로 인해 직접 마음에 발생한다.

흄에게 있어 지각이란 마음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것을 가리킨다. 이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주어진 지각을 ‘인상’, 의미나 본질로서 주어진 지각을 ‘관념’이라 부른다. 인상은 관념에 앞서고 인상에서 관념이 나타난다. 그때 관념은 기억 혹은 상상으로 나타난다.

복잡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요점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눈앞에 삼각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것이 삼각형으로 인식되려면 우선 그 삼각형이 보여야 한다. 그러나 그 시점은 아직 인상의 단계일 뿐이다. 그것이 삼각형이라고 판단하려면 지금까지 보아 온 삼각형의 기억과 일반적으로 삼각형이 어떤 형태인지에 대한 상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놓치면 안 될 부분은 인상은 ‘알려지지 않은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인상의 원인은 알 수 없다. 요컨대 우리 인간은 자신의 주관 밖에서 인상의 원인 그 자체를 직접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인식은 인상을 기초로 하는 지각 경험이다. 지각 경험의 범위를 초월한 근본 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그것을 알 수 없다. 흄의 이런 주장이 후세의 독일 철학자 칸트에게 “독단론의 잠에서 깨어나게 해주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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