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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2. 2017

04. 화장_프랑수아 부셰

<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742년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 1703~1770

<화장> 유화, 캔버스, 52.5×66.5cm,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A: 귀족 아가씨의 아침 치장을 그린, 섹시하면서 우아한 작품입니다. 부셰 풍속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림 안의 병풍에서 시누아즈리(Chinoiserie: 17-18세기 유럽 상류사회에서 유행하던 중국식, 중국풍을 이르는 말)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작품입니다.

B: 시녀는 모자를 대령하고 있고, 아가씨는 벽난로 옆에서 가터벨트를 묶고 있습니다. 얼굴 화장은 끝낸 걸까요? 당시 유행하던 붙이는 점이 귀엽군요. 피부도 희고 얼굴도 작네요.

A: 당시 귀족 사회의 사교는 밤이 길었어요. 공연이나 무도회가 끝나면 저녁 식사와 담소가 이어져서 새벽 두세 시에 잠이 들었지요. 그러다 아침 늦게 일어나 세 시간 동안 화장을 하고 아침을 먹으면서 옷을 골랐습니다. 민중은 동경하던 생활이겠지만 매일 하자면 꽤 힘들었겠지요.

B: 옷을 갈아입는 아가씨의 다리 사이를 보세요. 고양이가 찰싹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네요. 벽난로 가까이에 있으니 스커트 안은 따뜻하겠어요. 이 아가씨는 고양이를 보온용 물통 대신으로 쓰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A: 고다츠 스커트네요. 아마 고양이도 답답했을 거예요. “아이고, 겨우 나왔다”라는 표정 같아요. 프랑스어로 고양이는 Le Chat, 즉 남성명사지만 La Chatte라고 여성명사로 말하면 여성의 성기(pussy)를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그림 속 고양이는 그런 상징인 것 같아요.

B: 당시 여성들의 허술했던 속옷을 떠올리면 더 야하게 느껴져요.

A: 부셰는 스커트를 걷고 병에 소변을 보는 귀부인의 모습도 그렸어요. 당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은 넓었지만 화장실이 없어 곤란했답니다. 아무튼 이 고양이는 그림을 보는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어요.

B: 귀를 세우고 꼬리를 낮춘 것으로 보아 경계를 하고 있네요. 벌린 입은 개인적인 공간을 엿보는 우리에게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것 같아요.

A: “이곳은 내 영역이다”라고 말하네요. 즉, 결혼 전 아가씨의 처녀성을 암시하는 거죠. 그런데 그림 속 고양이의 통통한 배를 보면 새끼를 밴 거 같기도 해요. 좀 악의적인 의심인가요? 나는 이런 애매함이 곧 로코코 문화라고 생각해요. 가문이 정한 정략결혼이 당연한 시대였으니 이런 그림을 주문해서 딸을 선전하는 일이 필요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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