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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by 더굿북
행복한 이모작 학교1

저는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해설을 하거나 분석해서 평을 쓰는 사람도 아닙니다. 또한 여럿이 그림책을 함께 읽고 서로 소감을 나누는 모임에 속해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림책이 좋아 가까이 두고 자주 읽을 뿐입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아이들과 함께였지만, 그들이 다 자란 후에도 그림책은 계속 제 곁에 있었습니다. 30년 가까운 노인복지 현장의 조금은 고단한 일상 속에서 그림책은 제게 작고 은밀한 위로였을 뿐만 아니라, 제 관심 분야인 나이 듦과 늙음, 죽음, 사별의 아픔 같은 것들을 그림책은 과연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늘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2015년 가을부터 ‘50플러스(+)세대’와 함께하는 그림책 수업을 시작해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50+세대’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세대를 포함해 50세부터 64세까지를 일컫는 말인데, ‘시니어’라고도 부릅니다. 지금까지의 노인세대와는 여러모로 다르게 나이 들어가는 미래의 새로운 노년 세대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연령층이기도 합니다.

이미 은퇴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만큼 더 살아야 하는, 아니 어쩌면 오히려 남은 인생이 더 길 수도 있는 ‘50+세대’를 위해 정책과 예산은 물론이고 활동공간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의 열정 또한 상상 이상이어서 다른 세대들까지 놀랄 정도입니다.

인문학 공부며 새로운 기술 익히기, 일자리와 일거리를 위한 고민, 공동체 꾸리기 등 ‘50+세대’의 뜨겁기만 한 분위기 속에서 저는 조금은 조용한 듯 느긋하고 때론 지루하리만큼 느리게 가는 시간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잠시 쉬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다 보면 어느새 굳어져 버린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면서 살아온 인생을 중간점검하고 남은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어르신들께 배운 것을 바탕으로 ‘50+세대’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굵직굵직한 인생 경험들을 열 가지 키워드로 뽑고, 그에 적합한 그림책을 골라 함께 보며 읽고 경험과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50+세대’의 그림책에 대한 감수성은 어린이들이나 젊은 사람들과는 다른 색깔과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삶의 나이테 없이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눈물과 뭉클함과 가슴 떨림이 그림책 사이사이로 스며들곤 합니다.

나이 오십이 넘어 인생의 언덕 하나를 또다시 넘고 있는 분들이 그림책을 통해 지나온 날들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여 끌어안고, 앞에 남아 있는 생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 이 책이 작은 이정표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인생의 키워드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경험이 손주들을 포함한 아랫세대와의 소통과 교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그림책과 인생의 키워드를 연결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는, 그림책 수업 시간에 나누었던 시니어들의 생생한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몇몇 지면에 발표한 제 글도 정리해서 함께 넣었음을 밝힙니다. 또한 제가 강의하면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활동 기록지(work sheet)가 중간중간 들어 있으니 직접 기록해 나가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저자|유경

이화여자대학교 시청각교육과를 졸업하고 CBS 아나운서로 입사해 노인대상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하였다. 이후 노인복지에 뜻을 세우고 복지현장에 뛰어들어 활동하다가 학문적인 뒷받침의 필요를 느껴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 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노년을 공부하였다.

노인복지관 근무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로 노인복지에 관심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어르신사랑연구모임(어사연, cafe.daum.net/gerontology)’을 이끌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죽음준비교육 전문 강사로 나서 우리나라 죽음준비교육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50+세대를 위한 그림책 활동에 힘을 쏟아 2015년부터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현, 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50+감성이 번지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인천심곡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 『시니어 그림책 인문학 굿라이프』, 남산도서관 ‘내 인생의 행복학교’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8』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지은 책으로는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마흔에서 아흔까지』, 『유 경의 죽음준비학교』,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 노트(공저)』,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공저)』, 『사랑합니다, 당신의 세월을(공저)』, 『나이 듦 수업(공저)』 등이 있다.




[연재 목차 및 일정]

01.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이름?
02. 37년 만의 가족여행
03. 살아가면 고향, 정들면 고향
04. 나이 들면 무슨 재미로 사냐고?
05. 나에게 주는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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