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부산의 한 바닷가에서 대학생 아들과 큰딸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막내딸을 데리고 나란히 선 사진 속 부모님의 얼굴이 새파랗게 젊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대학생이 둘, 그 와중에 어떻게 가족여행을 할 엄두를 냈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당시 아버지가 지금의 제 나이보다도 몇 년 더 젊은 54세, 어머니가 49세입니다.
그 여행을 끝으로 삼 남매는 각자 알아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녔고, 결혼 후에는 아들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거나 부모님이 외국에 사는 큰딸을 방문해 딸 부부의 안내로 이곳저곳 둘러보셨을 뿐 다섯 명이 함께 여행을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뜻하지 않은 가족여행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자매끼리의 여행 계획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멀리 외국에 살고 있는 언니가 귀국을 해야만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는 처지라서, ‘귀국했을 때 짬을 내서 둘이서 여행 한 번 가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아주 오래도록 꿈을 꾸었습니다.
그해에는 언니 동생 사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큰맘 먹고 여행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고, 혹시나 해서 부모님께 여쭤보니 91세, 86세의 노구이긴 해도 비행기를 한 시간 정도는 탈 수 있고, 잠자리가 바뀌는 것이 걱정이지만 딸들과 떠나는 것이니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답을 주셨습니다.
부모님과 딸 둘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장남인 아들까지 합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 의논을 했고, 아들도 마침 일정을 조정할 수 있어 부모님과 삼 남매가 37년 만에 가족여행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며느리와 사위는 각자 사정이 있어 함께하지 못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원가족(原家族)’만의 여행이 되었습니다.
‘원가족’이란 결혼 전 자기 자신과 자기 부모, 자기 형제자매로 구성된 원래의 내 가족을 뜻합니다. 즉 기혼자라면 현재의 자기 배우자와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이 아닌, 결혼 전의 자기 자신과 부모님 그리고 자기 형제자매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연로하신 두 분을 고려해 바쁘게 구경하는 것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천천히 다니기로 원칙을 세우고 제주도 2박 3일 일정을 짰습니다.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신 부모님은 이 여행을 기다리고 상상하며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넘기셨습니다.
가을 제주는 맑고 높은 하늘, 파랗게 눈부신 바다, 선선한 바람, 밝은 햇살로 다섯 식구를 맞아주었습니다. 부모님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걷고 쉬엄쉬엄 다니다 보니 중년의 삼 남매 또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느긋해졌습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쉬지 않고 이야기꽃이 피어났습니다. 가난했지만 모두가 그러려니 하며 살았던 시절, 꾸중 듣고 칭찬받았던 일들, 까맣게 잊고 있었거나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비로소 알게 된 소소한 이야기들.
지팡이를 짚은 채 열심히 다니신 아버지, 자식들 걱정할까봐 부지런히 앞장서던 어머니, 부모님은 물론 누이동생 둘과 함께할 수 있어 기분 좋다며 허허 웃던 오빠, 외국에 사느라 친정 대소사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한 속상함이 다 풀렸다는 언니를 보며 처음 여행 제안을 한 제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2013년의 이 ‘원가족’여행은 부모님 말씀대로 마지막 가족여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듬해인 2014년 여름 어머니가 척추압박골절로 병원에 오래 입원했다 퇴원하셨는데 그 후로는 한 시간 이상 차를 타는 것이 무리라서 더 이상의 여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2015년 여름 아버지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기에 아버지에게도 다른 식구들 모두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지막 가족여행으로 남았습니다.
나의 원가족 이야기
아래에 내 원가족에 대해 기록해봅니다.
1. 어린시절 우리 가족은 모두 ( )명이었다. 형제자매는 ( )남 ( )녀였다.
2. 아버지 성함은 ( ) , 어머니 성함은 ( )이다.
3. 나는 부모님 중 ( )를 많이 닮았다.
4. 아버지의 출생지는 ( ), 어머니의 출생지는 ( )이다.
5. 내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의 연세는 ( )세, ( )세였다.
6. 나의 태몽은?
7. 부모님에게 닮고 싶은 점이 있었나? 반대로 닮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나?
8. 어릴 적 아버지, 어머니가 늘 나에게 하시던 말씀은?
9. 우리 형제, 자매들의 공통된 성격은?
10. 지금 ‘원가족 여행’을 간다면, 가고 싶은 곳과 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