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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7. 2017

09.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나?

<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897-1898년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 유화, 캔버스, 139.1× 374.6cm 보스턴 미술관 


A: 이 대작은 2009년 나고야에서 열린 《보스턴 미술관 순회전》 때 일본에 왔습니다. 1977년 보스턴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감격했는데, 일본에서 다시 보았을 때 역시 압도되었습니다. 나는 고갱이 고독과 질병, 가난 같은 ‘꽝이 된 마권’ 속에서 최고의 걸작이 탄생했다는 역설과 그림의 무거운 제목 때문에 그림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작품은 그렇게 무거운 그림은 아니라고 합니다.

B: 도쿄에서 열린 《고갱전》 카탈로그 해설을 보면 1898년 파리 볼라르(Vollard) 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의 그림들과 이 작품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타히티 시대의 집대성이며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그림입니다. 그 중심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것이 흥미진진하네요.

A: 그림의 구성을 먼저 보도록 하죠. 화면 오른쪽 전경에 있는 개와 그 옆의 여자들, 유아와 가족이 ‘어디에서 왔을까?’로 과거를 나타내고,


중앙에 과일을 따는 남자와 그것을 먹는 아이, 고양이가 ‘누구인가?’로 현재를, 


왼쪽 전경에 줄에 묶인 산양과 젊은 여성, 노파, 흰 새가 ‘어디로 가는가?’로 미래를 나타냅니다.


그림은 후경에 있는 우상을 향해 오른쪽으로 회전하면서 인생의 윤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앙에 그려진 흰 고양이 두 마리의 해석이네요.


B: 음, 오른쪽 고양이는 뒤를 보고 있고 왼쪽 고양이는 앞을 보고 있어요. 새끼 고양이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새끼 고양이와 과일을 먹는 아이의 모습은 자손 번성의 상징일까요?

A: 맞아요. 평소 고갱은 그림 속 동물에 의미를 집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그림에서 전경이 현실의 삶, 후경이 영적이고 피안의 삶을 표현한다면 고양이는 화가와도 친근한, 살아 있는 현재의 존재입니다. 고갱은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고양이가 어울린다고 생각했겠지요.

B: 왼쪽에 있는 검은 산양은 기독교에서 등장하는 얌전한 양이 아닌 것 같아요. 나쁜 의미의 동물이겠죠?

A: 네. 반인반수의 신 사티로스를 떠올리게 하는 ‘음욕’의 상징으로 왼쪽의 아름다운 나체의 여자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B: 고갱이 동물을 모티브로 사용한 방법은 능숙하고 독특하네요. 기회가 된다면 더 연구해보고 싶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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