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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유대인의 독특한 교육 방식?

<휴마트 씽킹>

by 더굿북

2,000년이 넘도록 전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은 1948년에 비로소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정처 없이 떠돌면서도 민족적 전통과 고유의 문화를 잊지 않고 계승해온 유대인들은, 과거 선조들이 살았던 땅으로 돌아와 국가를 재건했다. 주변국과의 분쟁으로 늘 긴장과 위험 속에서 살아야 했지만, 뛰어난 교육 시스템으로 높은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훨씬 전, 전 세계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 중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들은 먼저 인구 1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조그만 도시 예루살렘에 히브리 대학을 세웠다.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등 당대 최고의 지성부터 수 세기에 걸쳐 자신만의 나라를 꿈꿔왔던 평범한 유대인들까지, 십시일반 힘을 모아 교육기관을 설립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조금씩 다르게 전승되던 전통과 문화를 하나로 융화시키고, 가정중심의 교육 방식을 학교라는 제도 속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학교 교육 역시 가정에서 중시하는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유대인들의 독특한 교육 방식은 학문적, 정치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낳았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이스라엘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꿀로 알파벳을 쓴 다음 아이들에게 이를 맛보게 한다. 문자를 눈이나 손으로 익히는 게 아니라 미각으로 일깨워 줌으로써 배움이 즐겁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일이다. 매일매일 새 책을 빌리고, 읽은 책은 반납하며 독서카드를 빼곡히 채워 나간다. 부모는 학기 말 지급되는 아이의 독서카드를 보고 자녀의 흥미가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파악한다. 이렇게 독서는 이스라엘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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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reepik.com


유대계 교육 방식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첫 번째는 즐거움이다. 재미있고 행복해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흥미를 일깨우면서 아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 자유롭게 놀고 즐겁게 익히면서 꿈과 끼를 발견한다. 이것은 강압하거나 선택지를 고르도록 억압해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세 번째는 끊임없는 토론이다. 유대계는 가정에서 밥을 먹을 때, 학교에서 친구들과 쉴 때 등 일상 곳곳에서 토론이 생활화돼 있다. 토론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타인과 의견을 나누며 자신이 몰랐던 것을 배운다. 이런 토론은 자기주도 능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토론 교육은 국내 교육 현실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소수점 차이로도 결과가 결정되는 일이 많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하나로 개인의 미래까지 달라지는 ‘한판 승부’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방식 아래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없다. 이런 체제 아래 학원과 부모가 만들어낸 방식으로 키워진 아이들은 자생력을 갖지 못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고2 학생(1,165명)의 내신 성적을 추적해보니 4년 이상 과외나 선행학습을 지속한 학생이라도 학년이 올라가면 그 효과가 떨어져 과외 또는 선행학습을 전혀 받지 않은 학생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상위권 학생 중에서는 성적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공부는 기본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 너무 많은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그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과외와 선행학습이 지나치면 그릇을 키우기도 전에 그 안의 내용물이 차고 넘치면서 오히려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유대인은 이 같은 원리를 잘 알고 있었다. 나라 없이 오랜 시간을 떠돌면서도 문화적 전통을 지키며 살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었다.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지혜를 길러주는 것이 유대 교육이 가진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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