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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11. 2017

02. 잘 들어주는 것의 소중함

<50+를 위한 심리학 수업>

상담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친구로부터 들었는데요. 어르신들 중 이런 분이 가끔 계시답니다. “아니, 내 말을 듣기만 했지, 아무런 문제 해결책도 제시해주지 않았는데 7만 원이나 받아? 돈 도로 돌려줘요”라고 하신다는 겁니다.

하지만 상담이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들어줄 때 치유는 일어납니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내 말에 정성껏 귀 기울여준 것만으로도 마음속의 응어리진 감정이 빠져나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던 경험 말입니다.

이번 주제는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에 일반적이지만 건강하다고는 볼 수 없는 의사소통유형에 대해 배웠는데요, 여기서는 건강한 의사소통방식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건강한 의사소통방식이란 한마디로 잘 듣고 잘 말하는 것입니다. 참 쉬워 보이지요. 하지만 잘 듣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지요.

우리는 그저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러니까 거실에서 신문을 보면서 듣는 것도 들어주는 것이라 착각을 하지요. 하지만 그건 제대로 들어주는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엄마가 싱크대에서 설거지하고 있는데, 아들이 밖에서 놀다가 뛰어들어옵니다. 엄마 앞치마를 잡아당기며 “엄마 내 말 좀 들어봐, 지금 밖에서 친구들이 막 싸우는데…”라고 하면 흔히 엄마들이 뭐라고 할까요?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눈을 마주치면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말해, 엄마가 듣고 있잖아” 그러면서 설거지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소리만 듣는 것은 잘 듣는 것이 아닙니다. 이처럼 주의집중을 하지 않고 내 할 일 하면서 건성으로 듣는 것을 히어링(hearing)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대화할 때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리스닝(listening)입니다.

사진: pakutaso.com 


리스닝이란 고등학생들이 수능시험을 보러 가서 치르는 영어 듣기평가를 말합니다. 학생들이 영어 듣기평가를 할 때 어떻게 하지요? 주의 깊게 정성을 다해서 듣잖아요. 상대방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바로 영어 듣기 시험을 볼 때처럼 그렇게 마음을 다해 듣는 것을 말합니다.

‘들을 청’(聽)은 여러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풀이를 해보면 ‘듣는 것이 왕처럼 중요하고 열 개의 눈으로 보듯 상대방에게 집중해서 상대방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말을 하는 것보다 들을 때 칼로리가 두 배로 소비된다고 합니다. 얼마나 애써서 들으면 말할 때보다 에너지가 두 배나 더 소모되겠습니까? 또 사람이 말하는 것은 2~3년이면 배우지만 듣는 것을 제대로 익히기까지는 80년이나 걸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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