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알파고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은 없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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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4승 1패로 압승함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알파고의 우세를 확신하고 있었던 터라 이세돌 9단의 패배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뉴욕 타임스』는 알파고의 첫 승리를 보도한 3월 9일자에서 미국 인공지능진흥협회AAAI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55명 과학자 중 69%가 알파고 승리를 예측했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친 전문가는 절반에 못 미치는 31%에 불과했다.

알파고 우승이 컴퓨터 기술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3월 12일자는 커버스토리로 ‘컴퓨터의 미래’를 다루면서 알파고에 사용된 기술을 활용하면 컴퓨터가 가령 ‘사람 얼굴도 인식하고, 언어를 번역하는 능력’, 곧 이미지와 음성을 인식하는 능력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알파고의 기계학습 능력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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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공지능은 전문지식 추론이나 학습 능력 같은 인간 지능의 특정 기능을 기계에 부여하는 수준일 따름이다. 요컨대 인간 지능의 모든 부분을 한꺼번에 기계로 수행하는 인공일반지능은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 2006년 인공지능 발족 50주년에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공지능 발족 100주년이 되는 2056년까지 인공일반지능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59%가 2056년 전후로 인공일반지능 기계가 실현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인공일반지능 기계는 다름 아닌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이다.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도 3월 11일 KAIST 초청 강연에서 “사람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나오려면 수십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기계가 인간보다 뛰어나서 인간이 기계에 밀려날 것이라는 공포감은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표출되었다. 1999년 부활절 주말에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의 무대는 2199년 인공지능 기계와 인류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이다. 마침내 인공지능 컴퓨터들은 인류를 정복해 인간을 자신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노예로 삼는다.

로봇공학자인 영국의 케빈 워릭은 1997년 펴낸 『기계의 행진(March of the Machines)』에서 21세기 지구의 주인은 로봇이라고 단언했다. 워릭은 2050년 기계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져 지구를 지배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남녀 모두 기계의 통제를 받으며 기계의 노예로 사는 삶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워릭처럼 인공지능의 미래에 우려를 표명한 전문가는 한둘이 아니다. 2009년 『뉴욕 타임스』 7월 26일자에 ‘과학자들은 기계가 인간보다 영리해지는 것을 걱정한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 AAAI 후원으로 인공지능 전문가・윤리학자・법률학자 등이 아실로마(Asilomar)에 모여 인공지능 발전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토론을 벌인 내용을 보도한 기사였다. 토론 결과 참석자 전원이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곧 인공일반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으며, 인공지능 발전에 따라 기계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2015년 7월 28일 미국 민간기구 생명미래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는 인공지능과 자율능력을 갖춘 군사용 로봇, 곧 킬러 로봇의 개발 규제를 촉구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1,000여 명의 과학기술자가 서명한 이 공개 서한은 “킬러 로봇이 원자폭탄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 되는 만큼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파고 역시 인간의 통제가 불가능한 양날의 칼이 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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