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공동체를 중시하는 협력경제 (마지막 회)

<휴마트 씽킹>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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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많이 회자된다. 예를 들어 우버(Uber)는 세상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지만 한 대의 차량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에어비앤비(Airbnb)도 가장 큰 숙박업체지만 방 한 칸 갖고 있지 않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매일같이 그 어떤 미디어도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생산해내지만 직접 콘텐츠를 만들지는 않는다.

공유경제는 쓰지 않는 재화와 용역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안 쓰는 재화와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소득을 창출할 수 있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직거래를 통해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소비보다 더 싼 값에 재화와 용역을 획득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윈윈(winwin)’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공유경제는 말뜻 그대로 진짜 경제적인 무언가를 공유하는 게 아니다. ‘공유’란 공동의 소유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세 명이 3분의 1씩 투자해 아파트를 사고,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갖는 것을 ‘공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공유경제라고 불리는 많은 거래들은 정확히 말하면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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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수요와 공급의 새로운 경제활동 모델에 대해 레이첼 보츠먼(Rachel Botsman)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협력경제(collaborative economy)’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그가 말하는 협력경제의 핵심은 “내 것이 네 것”이 되는 것이다. 즉, 내가 소유한 것을 잠시 빌려주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다.

기존의 20세기 경제 시스템이 협력경제 사회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구분이 없어지고, 서로 협력하며 경제활동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차원의 시장이 열린 것이다. 수요자의 욕구와 공급자의 소유물이 일대일로 연결되면서 ‘놀고 있던’ 재화와 용역에 새로운 잉여가치가 생겨난다.

보츠먼 교수는 협력경제가 가능한 핵심 전제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소셜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이다. 실시간 인터넷으로 전 세계인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마치 내 옆에 있는 이웃처럼 소통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지구촌’ 사회가 됐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동체다. 과거에는 생전 모르는 사람과 온라인으로 거래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믿을 만한 플랫폼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협력경제의 구성원이 되려면 공급자든 수요자든 반드시 ‘신뢰’를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에서 개인의 평판은 소비 결정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에, 공급자는 거짓된 정보를 내걸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 역시 블랙 컨슈머가 되지 않으려면 ‘갑질’을 하거나 ‘진상’을 떨면 안 된다. 재화와 용역을 제공한 공급자도, 이를 소비한 수요자도 모두 평가의 대상이기 때문에 모든 협력경제 활동에서는 상호 ‘신뢰’를 쌓을 수밖에 없다.

협력경제가 주목받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커지면서 구성원들은 협력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20세기의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정부와 기업, 은행 등 거대한 주체들 간의 신뢰가 필요했다. 하지만 협력경제 시대에는 개인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런 협력경제에 익숙한 지금의 젊은 세대를 ‘위 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런 협력 모델이 우리 사회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경제활동의 핵심 동인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유에 대한 욕구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소유의 욕구를 부추겨 과잉생산과 과잉욕망을 만들어낸 현재의 경제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범죄와 전쟁 등 많은 사회 갈등이 소유에 대한 욕구에서 출발했다. 더 많은 노예를 얻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이웃 나라를 침범했고, 물질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의 것을 훔치고 빼앗았다. 이 같은 소유에 대한 욕구를 줄이고 협력적인 경제 모델을 잘 다듬는다면,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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