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ug 22. 2017

10. 부모 역할에 대한 생각을 바꾸자. (마지막 회)

<좋은 자녀로 양육하기 위한 12가지 실수 피하기>

시험대

수년 전, 아내와 저는 딸인 베다니를 대학에 내려 주었습니다. 저는 결의에 찬 표정을 하였지만, 아빠로서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의 생활이 곧 시작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학생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수십 년 동안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대학에 내려 주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게다가, 베다니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1년간 학업을 중단하는 ‘갭 이어’(gap year)의 시간을 가졌는데, 우리에게 정신적으로 커다란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도적같이 다가와서는 여러분의 아이를 빼앗아 갑니다.


칼럼니스트 마이클 제르송(Michael Gerson)은 선조들은 이런 헤어짐이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많은 나라에 한때 ‘추방’이라는 관습이 있었는데, 청소년들을 사춘기 직후에, 친구들이나 친척들과 함께 살도록 떠나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관습이 10대들과 그 부모님이 아주 근접하여 사는 것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갈등을 최소화했다고 합니다. 몇몇 유인원들 가운데에서도, 강제적으로 가족집단에서 청소년들을 추방하는 비슷한 관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녀는 애지중지하는 물건입니다. 자녀를 대학에 내려 줄 때, 그런 존재가 아님을 신랄하게 깨닫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이런 변화를 지켜보았습니다. 자녀는 새로운 시작과 함께 적응해야 하고, 이제 자녀를 놓아주어야 하는 힘든 부분을 시작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녀는 부모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는 멋진 미래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비록 딸이 성인기를 위해 준비할 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해 주었음에도, 저는 눈물과 싸워야 했고, 아내는 싸울 시도조차 하지 않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게르송은 부모 역할이 인내심과 희생에 있어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는 겸손에 대한 교훈입니다. “전체적인 양육이라는 여정은 누군가의 인생 여정에서 짧은 한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녀의 인생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껏해야 조연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부모님 없이 성장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아동기의 끝은 부모님과 자녀들과의 성인 관계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이는 그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입니다. 저는 여전히 아이들의 아빠지만, 이제 다 자라 성인이 된 자녀의 친구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딸은 이제 3년 차 직장인이고, 자동차로 22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습니다. 20대의 동료와 첫 두 달을 보내고, 딸이 저에게 전화했습니다.

“여보세요?” 
“아빠,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와! 베다니구나. 우리 딸 목소리 들어서 아주 좋네. 딸도 잘 지내지?”
“그냥 그럭저럭이요. 아빠한테 고맙다는 말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그래, 그 말은 항상 듣기 좋은 말이지만… 뭐가 고마울까?”
“모두 다요.” 딸은 툭 던지듯이 말했습니다.
“모두 다라니?” 저는 재촉했습니다. 딸의 생각이 뭔지 확실치 않아서요.

딸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냥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인생을 잘 준비하도록 키워 주셔서 감사해요. 너무나 많은 친구들이 감정적으로 무척이나 허약해요. 직장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어쩔 줄 몰라 해요. 직장을 갖기엔 너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을 보니까 아빠 엄마가 이런 날을 대비하여 저를 준비시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빠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나 봐요.”

저는 다시 눈물이 났습니다. 딸의 전화 한 통에 그날 하루가 매우 기뻤습니다. 아니, 제 인생을 기쁘게 했을지 모릅니다.

이것이 부모에게 주어지는 보상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공동체주택, 법적 계약의 필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