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너무 이른 교육은 아이의 몸과 마음을 망친다?

<칼 비테 교육법>

                                                                     

“조기교육은 육체를 희생하거나 마음을 다쳐야만 가능하다.”라는 것이 당시의 정설이었다. 따라서 나도 좀 더 면밀히 탐구하기 전에는 그 정설을 논박하지 않았다. 아니면 그 정설이 근거 없이 회자되었다는 사실을 밝혀야만 했으니까. 아이가 육체를 희생하거나 영혼의 힘을 고갈시키거나 마음을 다치고서 어린 학자가 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 정설의 내용이다.

그 정설이 옳다고 묵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오래전에 내 아들에게는 결코 맞지 않다는 것을 나는 파악했다.

내 아들처럼 한결같이 신체 건강한 아이는 없었다. 칼은 뚱뚱하거나 여윈 적이 없었고 늘 식욕이 좋았다. 언제나 명랑하고 늘 또래보다 살짝 컸다. 하지만 나는 크지 않고 아내도 작다. 우리는 마을 아이들과 도시 아이들을 빈번히 만났는데, 내 아들은 그 아이들보다 대개 더 컸다.

내 아들은 키를 자주 쟀다. 나는 아들의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건강하고 꾸준한 육체의 성장을 관찰하면서 아주 기뻤다. 나는 세심하게 칼의 혈색, 식욕, 잠, 생기, 움직임, 성장에 주목했다.

내 아들은 이미 아홉 살에 라이프치히에서 대학생이 되었고 열 살에는 괴팅겐에서 대학생이 되었다. 모든 대학생은 아홉 살이나 열 살보다는 나이가 많았다. 그래서 다들 내 아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아들은 무척 건강하고 힘찼다. 나는 아들의 나이를 정확하게 밝히고 또래 아이들과 키를 비교해보았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못 생각했음을 재빨리 알아챘다. 열 명의 아이들을 내 아들 옆에 세워보면 그중 아홉 명이 내 아들보다 작았다.

사진: : Freepik.com 

나중에 내 아들은 특별나게 커서 특히 눈에 띄었다.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섰을 때 더욱 그랬다. 어머니보다는 머리 하나만큼 더 컸고 나보다는 3인치(약 7.6센티미터) 더 컸다.

그래서 나는 정말 걱정에 빠져들었다. 지나친 성장으로 신체나 정신이 박약해지고 흉통과 위황병 같은 갖가지 질병이 나타나는 예가 너무 많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부재중에 내 아들이 처음 걸린 병인 홍역이 지나친 성장을 막아주었다.

이런 관찰 덕분에 모든 병이 인간의 육체에 다소 폭력적으로 작용한다는 내 평소의 생각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병에 걸리지 않은 아이는 방해받지 않고 해를 입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내 평소 생각도 증명되었다. 그 때문에 나는 칼에게 소박한 음식과 맑은 물을 먹이고, 단정한 옷을 입혔으며, 맑은 공기 속에서 많이 움직이게 했다. 스트레스를 주는 공부는 절대 시키지 않았다.

내 기대에 맞게 나는 칼 덕분에 행복했다. 내가 어디에 살든 우리 주치의가 해마다 칼의 건강을 증언해주었으니까. 이는 칼이 죽을지도 모르는 전염병에 걸렸다는 음흉한 말과 비방에 맞설 증거였다. 이제 그런 증거는 불필요해졌다.

아주 교활한 고발과 진실 왜곡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내 친구와 지인들조차 칼의 삶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외동입니까?”라고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질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이런! 어린아이는 정말 쉽게 죽을 수도 있어요. 저라면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했을 거예요. 아이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든지, 뭐 그랬겠죠.”

친구들 중에 한 이성친구가 특히 겁이 많았다. 그녀는 칼이 자신의 아들과 아이답게 뛰어놀자 이런 말을 했었다.

친구 : 정말 외동이야? 하지만 이 아이를 잃을 수도 있어. 하나뿐인 아이를! 그거 알아?
나 : 그럼 난 울겠지. 그리고 마음을 다잡으며 이렇게 생각할 거야. 신의 뜻이 있을 거라!
친구 : 아니! 내 생각은 달라. 칼이 나보다 먼저 죽는다면 조기교육 때문에 죽었다고 말하고 다니겠지.
나 : (소스라치게 놀라며)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넌 다른 사람들보다 잘 알잖아. 칼은 아주 짧게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지내면서 늘 명랑하고 식욕도 왕성하고 잠도 아주 잘 잔다는 걸.
친구 : 다 맞아! 그래도 난 그렇게 말하겠어.
나 : 도대체 왜?
친구 : 그런 아이가 또 없었으니까. 모든 인간이 그런 아이는 오래 살지 못한다고 확신하니까.
나 : 칼이 전염병으로 죽는다면!
친구 : 칼에게 전염 병독이 없다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겠지. 하지만 칼에겐 전염 병독이 있어. 그토록 많은 지식을 얻었으니까.
나 : 칼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다가 자신까지 함께 빠져 죽는다면?
친구 : 칼이 그렇게 많이 배우지 않았다면 죽음을 무릅쓰는 대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았을 거야.
나 : 칼의 머리에 기와가 떨어진다면?
친구 : 칼이 자신이 배운 문장을 곰곰이 생각하느라 지붕에서 기와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겠지.

칼을 누구보다 귀여워해준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얼마나 냉소적인 적개심인지! 덕분에 나는 해마다 내가 살던 지역의 명의(名醫)가 써준 증서를 챙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