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ug 28. 2017

04. 동성애 싫어한다고 말도 못해?!

<그건 혐오예요>

아우라가 풋풋한 이영은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다. 영화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등장하는 이영은 시종일관 최대한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다. 배타적인 종교 집단을 향해 카메라를 든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성애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증오와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처음에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을 만났을 땐 굉장히 화가 났어요. 거짓말로 선동을 하고 왜곡된 정보를 계속 유포시키고, 사회적 편견을 확장시키는 캠페인을 하니까요. 그런데 다음 순간 허탈해졌죠. 이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 나의 부모 세대, 옆집 아줌마, 아저씨, 동네의 평범한 청년들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착잡했어요.

사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만연해 있지만, 한국에서 성소수자를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법률이나 제도는 거의 없는 상태예요. 2007년부터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어요. 지속적으로 반대했던 세력들이 바로 영화에 나오는 이들이고요. 그렇지만 지금처럼 공적인 장소에서 대대적이고 공격적으로 집단행동을 하게 된 것은 2013년부터 두드러진 현상이에요. 점점 위험 수위로 가고 있다고 느꼈어요. 성소수자를 향한 공격이나 폭력은 그전부터 개인적으로는 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으로 증오 표현이 공적 영역에서 공공연하게 발화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죠.

이제까지 나는 혐오란 사적으로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들 몰래 하는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사실이 겉으로 드러난다면 그건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 여겼다.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남을 혐오했다는 사실에 수치를 느끼고 당사자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상식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그동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극렬한 혐오 발언을 내뱉고서도 개인의 의사 표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전혀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당당했다. 자신에게 혐오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듯이 사과도 반성도 없었다.

단지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은 혐오가 아니다. 어떤 사람을 싫어할 수도 있다. 싫다, 좋다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증오를 선동하고 물리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며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 그리고 맹목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은 명백히 ‘혐오’다. 예를 들어 어느 사람이 개인적으로 성소수자를 혐오한다고 속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혐오 발언과 공격을 하거나 대중매체나 언론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 공공연하게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이영 감독의 말대로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그건 혐오야" 조목조목 알려 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