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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28. 2017

04. 당신의 아이디어가 안 좋은 이유

<창업가의 일>

“아이디어가 오직 하나뿐일 때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 에밀 샤르티에, 철학자

어느 날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어느 중년의 창업가 한 분이 오셔서 나에게 서류봉투 하나를 건넸다. 자신에게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잠시 설명하고는, 건넨 서류에 자신의 아이디어와 특허자료가 들어 있으니 반드시 검토해보라고 하셨다. 아직 자신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반드시 비밀을 유지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나는 비밀유지를 위해 서류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문서파쇄기에 넣었다.

비밀유지가 걱정된다면 왜 나에게 이런 엄청난 문서를 주는 것일까? 또 한 가지, 그렇게 훌륭한 아이디어라면 왜 다른 사람들이 몰라야만 할까? 훌륭한 아이디어라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공감하고 퍼뜨리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신의 아이디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첫째, 공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공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시장이 없다는 뜻이다. 간혹 주변 모두가 뜯어말리는 사업 아이디어였는데 뚝심으로 밀어붙여서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기도 하는데,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항상 예외는 있고, 더군다나 스타트업에서는 정답이 없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상대적으로 쉬운 길은 주변 사람들부터 내 아이디어와 제품에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만든 제품에 공감하는 사람이 1만 명, 10만 명, 1억 명이 되면 큰 사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시작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 10명, 100명의 공감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시장에 널리 퍼졌는데 경쟁자들이 생기지 않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그러한 경우는 대부분 규제에 막혀서, 또는 실행이 어려워서다. 경험이 풍부한 창업자들은 그럴 때 해당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사업모델, 또는 자신의 스타트업만이 동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나 경험, 실행 가능한 기술 등을 갖추어 독과점을 이루는 기회를 만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창업가들은 무리하게 시작했다가 어쩔 수 없는 규제와 실행상 어려움 때문에 중간에 실패하고 만다. 지난 몇 년 동안 엄마와 육아도우미를 연결하는 사업계획서를 50건 넘게 보았지만, 단 한 곳도 제대로 큰 사업을 펼치는 곳이 없었다. 육아도우미에 대한 니즈는 분명 엄청나고 당연히 큰 시장이 존재할 것 같은데 왜 잘하는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 없을까? 육아도우미 시장은 진입하기 쉬워 보여도 실행이 굉장히 어렵다. 사람을 소개하는 일은 엄청난 신뢰를 요구하며, 더군다나 아이를 돌보는 데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전이 요구된다. 즉 부모, 아이, 육아도우미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신뢰와 안전에 대한 높은 요구수준과 국가가 정한 규제 등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모델을 만들기 쉽지 않다.


둘째, 당신의 아이디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바퀴로만 굴러가는 전동휠 세그웨이(Segway)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무척 신기해하며 개인 교통수단의 혁명을 몰고 올 것이라 열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1년부터 7년간 겨우 3만 대 판매하는 데 그쳤고 회사는 어려움에 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그웨이는 나인봇이라는 중국 회사에 저가에 인수되는 처지가 되었다. 처음 아이디어에는 사람들이 열광했지만, 막상 시장에 나오자 실망하고 구매하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셋째, 당신의 아이디어가 좋지 않은 이유는 아직 실행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되기엔 아직 이르다. 좋은 아이디어가 되려면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실행단계로 옮겨야 한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개발자를 못 구해서와 같은 변명은 당신의 아이디어가 (아직)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아이디어의 핵심을 입증하거나 구현할 만한 싸고,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내서 실험해보아야 한다. (린 스타트업 모델이나 프리토타이핑이 도움될 것이다.) 브라이언(Brian)과 조(Joe)는 자신들이 살던 아파트 월세에 보태려고 남는 방 하나를 손님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에어비앤비를 창업했고, 지금은 전 세계 여행자들이 즐겨 이용하는 숙박중개 서비스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고 증명하기 전까지 ‘자기 집의 남는 방을 모르는 여행객에게 빌려준다’는 그들의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바보같은 생각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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